[사설]이란 억류 선원 석방, 진짜 난제는 지금부터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4일 00시 00분


이란 정부가 그제 억류했던 우리 선박 ‘한국케미’호의 한국인 4명 등 선원 19명을 석방하겠다고 했다. 지난달 4일 나포한 지 29일 만이다. 그러나 선장과 선박은 해양 오염 혐의에 대한 사법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계속 억류하겠다고 했다.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석방 가능성을 부인했던 이란이 돌연 선원들을 풀어준 것은 미국의 제재로 국내에 동결된 원유 수출대금 70억 달러(약 7조5600억 원) 문제 해결에 한국 정부가 적극 나서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란 외교부는 한국이 동결 자금 문제 해결에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고 강조하면서도 이번 석방은 ‘인도주의 차원’이라고 했다. 미국이 석방을 촉구한 상황에서 전원 억류 사태가 장기화되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비난이 커져 불리해질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이란이 여전히 선장과 선박은 내어줄 수 없다고 한 것은 미국과의 핵협상을 앞두고 한국을 가능한 끝까지 볼모로 삼겠다고 밝힌 것과 다름없다. 억류 문제를 완전히 풀려면 동결 자금, 즉 미국의 대이란 제재와 관련해 진전된 입장을 이끌어내라고 한국을 압박한 것이다. 이란 핵합의(JCPOA) 복귀를 놓고 미국과 이란이 신경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한국은 가장 민감한 사안 중 하나인 ‘제재 완화’를 미국과 협의해야 하는 난제(難題)와 마주하게 됐다. 이번 선원 석방을 홀가분한 마음으로 반길 수만은 없는 이유다.

결국 우리 선박 억류 문제가 이란 핵협상과 맞물려 가는 상황에서 미국과 이란의 협상 타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우리가 마냥 기다려서는 안 된다. 이런 가운데 동결 자금 일부를 이란이 미납한 유엔 분담금으로 사용하는 데 한미가 협의를 마쳤다니 다행이다. 더 나아가 정부는 동결 자금을 스위스의 인도적 교역 채널로 이전하는 등의 해법을 미국과 적극 논의해야 한다. 이란이 핵협상 중재자로 거론한 유럽연합(EU)과도 밀착 협력해 해결책 도출에 전념해야 한다.
#이란#억류#선원 석방#난제#이란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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