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어제 통화에서 가급적 조속히 포괄적 대북전략을 함께 마련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했다고 청와대가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 해결의 주된 당사국인 한국의 노력을 평가하고 “한국과의 같은 입장이 중요하다”고 했다고 한다. 두 정상은 또 가치를 공유하는 책임동맹으로서 한반도와 인도태평양을 넘어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첫 통화인 만큼 원론적 대화일 수 있지만, 한미 정상이 동맹을 업그레이드하고 공동의 대북전략을 마련하기로 한 것은 일단 긍정적 출발 신호로 볼 수 있다. 다만 구체적 조율과 공조까지는 갈 길이 멀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같은 입장’을 강조한 대목은 동맹에 대한 배려이면서 동시에 ‘다른 입장’의 조율이 시급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어제 청와대 발표에서는 ‘포괄적’이란 형용사가 눈에 띈다. ‘포괄적 대북전략’에는 북한에 비핵화만 강요할 게 아니라 유인책까지 포함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가동하자는, ‘포괄적 전략동맹’에는 중국을 견제하는 목적이 아닌 광범위한 글로벌 동맹으로 가자는 한국 측 희망이 담긴 것으로 읽힌다.
반면 백악관의 짧은 발표엔 북한 문제와 관해서도 “긴밀히 조정하기로 했다”는 게 전부다. 며칠 전 일본 총리와의 통화 땐 “두 정상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필요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던 것과도 차이가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갓 출범해 대북정책 재검토에 들어간 만큼 구체화할 때까지는 한국과 협의할 공간을 열어두겠다는 의사표시일 것이다.
한미가 처지가 다른 만큼 생각이 같을 수는 없다. 우리 정부가 기대하는 북-미 톱다운 방식이나 싱가포르 합의 계승에 미국은 부정적이다. 친밀한 한중, 껄끄러운 한일관계도 미국의 눈엔 곱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사안이 동맹의 미래와 맞물려 있고, 당장은 북한의 오판부터 막아야 한다. ‘같은 입장’을 만드는 동맹외교에 총력을 기울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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