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간 배제한 반쪽 2·4대책, 고삐 풀린 집값 잡을지 의문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5일 00시 00분


정부가 어제 전국적으로 83만6000채의 집을 지어 2025년까지 공급하는 내용의 ‘2·4 주택공급 대책’을 내놨다. 현 정부의 25번째 부동산 대책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예고한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특단의 공급대책”에 맞추기 위해 애쓴 흔적이 보인다.

정부는 서울에 공공주도 재개발·재건축 방식으로 9만3000채, 역시 공공이 주도하는 역세권 고밀 개발로 7만8000채 등을 공급할 계획이다. 서울에 짓겠다는 32만3000채는 현재 강남 3구에 있는 전체 아파트 수와 맞먹는다. 5년 차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란 한계가 있긴 해도 “주택 공급은 부족하지 않다”는 말만 되풀이하던 정부로서는 ‘대전환’인 셈이다.

정부는 조합원 3분의 2만 동의하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재건축·재개발 시행자로 나서 통상 13년 걸리는 정비사업을 5년 안에 끝내기로 했다. 공공 주도를 받아들이면 용적률을 상향 조정하고 재건축조합원 2년 거주 의무와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도 면제해 수익성을 높여준다고 한다.

이번 대책으로 주민들 간 의견 차이, 사업성 부족으로 정체됐던 일부 지역의 재개발은 속도가 붙을 것이다. 하지만 동의 받지 못한 조합원 비율이 높아지면서 재산을 강제로 수용당한다고 느끼는 이들의 반발이 커질 수 있다. 역세권, 준공업지, 저층주거지를 고밀 개발하는 것도 복잡하게 얽힌 권리관계를 공공이 푸는 게 쉽지 않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민간 소유 땅을 제때 확보하지 못하면 주택 공급이 계획보다 훨씬 늦어지거나 무산되는 일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물량 면에서 이번 대책은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에 대한 불안감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양질의 주택을 가장 빨리 늘릴 수 있는 민간 재건축 규제완화를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공공 주도로만 공급을 늘린다는 점에서 ‘공공 만능주의’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당장 들어가 살 전셋집이 부족해 고통받고 있는 세입자들을 위한 대책도 보이지 않는다.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집을 시장에 내놓도록 유도할 거래세 완화 방안을 마련해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시장의 숨통을 열어줘야 한다.
#정부#반쪽#집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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