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늘부터 비수도권 내 음식점 카페 헬스장 노래연습장 등 다중이용시설의 운영시간을 오후 10시로 연장한다고 그제 발표했다. 하지만 코로나 감염 추세가 꺾이지 않는 수도권 지역은 기존대로 오후 9시까지로 유지하자 일부 자영업자들이 이에 불복하는 야간 점등(點燈) 시위에 나섰다.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는 “9일까지 정부가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영업을 강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업종 간 형평성과 합리성이 무시된 획일적인 영업시간 제한은 폐지돼야 한다는 것이 비대위의 주장이다. 영업시간을 연장해야 이용 인원이 분산돼 방역 효과가 있다는 실내체육시설 업자들의 호소도 일리가 있다. 코로나가 시작된 지 1년이 넘었는데도 과학적 방역 기준을 마련하지 않고 특정 단체가 요구하면 들어주는 식으로 끌어온 게 지금의 사태를 초래했다.
정부의 재난지원금 지급도 주먹구구식이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자영업자의 손실이 예상됐는데도, 독일과 일본 등에 비해 너무 늦게 논의를 시작했다. 그나마도 보편적 보상과 선별적 보상 사이에서 아직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비대위의 주장처럼 자영업자들은 손실보상을 요구하는 것이지 구걸을 하는 것이 아니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최근 1년간 발생한 국내 코로나 환자를 분석해 아동과 청소년이 성인보다 코로나 감염 위험이 낮다고 지난주 발표한 것처럼 다중이용시설의 업태별 시간대별 감염현황을 분석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게 내놓아야 한다.
방역의 기본 원칙은 과학적 근거와 사회적 공감대에 기초한 지침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노력 없이 방역의 책임을 다중이용시설의 운영시간에만 돌리니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확산되는 것이다. 이달 중 시작될 코로나 백신 접종을 앞두고 변이 바이러스 방역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온 국민이 방역수칙을 철저하게 지키는 건 기본이다. 이와 함께 방역현장의 현실을 세심하게 반영한 지침을 만들어 소통해야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