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 실적 발표 시즌을 맞아 정보통신기술(ICT) 및 게임 관련 기업에 연락을 하면 하나같이 손사래를 치며 하는 말이다. 통상 실적이 개선된 기업 관계자들의 목소리는 밝기 마련인데, 올해는 표정 관리를 하느라 바쁘다. ‘코로나19 수혜 기업’으로 낙인찍힐 것을 우려해서다.
지난해 기업 실적을 보면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생활 확대의 영향을 받은 정보기술(IT), 반도체, 게임 업체 등의 선전이 눈부셨다. 코로나19 위기에 흔들리던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다.
하지만 관련 기업들은 한사코 코로나19 덕분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한 관계자는 “실적 분석 기사를 쓸 때 ‘코로나19’라는 단어는 아예 쓰지 말아 달라. 정 안 되면 ‘비대면’이라고만 해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한 IT 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 수혜 기업 타이틀은 곧 이익공유제 대상 기업으로 좌표 찍히는 말”이라고 속사정을 설명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부터 사업을 다각화하고 신사업을 준비했다” “꾸준히 진행해 온 비용 절감 노력이 예상보다 큰 효과를 냈다” 식으로 애써 실적 개선의 다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지난해 영업적자 가능성이 거론되는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이 부럽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까.
이익공유제를 통해 취약계층을 도와야 한다는 정치권의 주장에 대해서도 기업들은 할 말이 많다. 지난달 28일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콘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SME(중소자영업)’라는 단어를 28번이나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한 대표는 “SME의 온라인 전환과 성장에 힘입었다”고 했다. 이익공유제가 아니라도 이미 기술과 서비스를 통해 자영업자, 소상공인, 개인 창작자들과 함께 성장하고 충분히 이익을 공유했음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많은 기업들이 수수료 할인이나 광고비 환급 등으로 앞장서 상생을 실천해 왔는데, 정치권에서 이를 무시하고 악덕 기업 취급하니 분통이 터진다”고 했다.
이윤 추구는 기업 본연의 목적이다. 이를 통해 사회에도 기여한다. 흑자를 낸 기업은 이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투자를 늘린다. 물론 세금도 더 많이 내게 된다. 반면 기업이 돈을 벌지 못하면 일자리가 사라지고, 공적자금 등 국민의 혈세까지 투입될 수 있다. “코로나19라는 최악의 위기 속에서 좋은 실적을 낸 것으로도 사회를 위한 ‘이익공유’를 하고 있다”는 기업들의 호소에 정치권도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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