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5일 0시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를 하향조정했다. 수도권의 카페와 식당은 오후 10시까지 매장 내 영업이 가능하고 비수도권은 영업시간 제한이 풀렸다. 5명 이상 사적 모임 금지는 유지하되 직계가족은 예외로 했다. 단, 직계가족이 아닌 형제자매는 부모와 함께 만나는 것이 아니라면 5명 이상 모일 수 없어 논란을 낳고 있다.
부모가 이미 돌아가셨거나 외국 등 먼 곳에 떨어져 계시는 형제자매들은 5명 이상 모임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이에 비해 조부모 부모 자녀 며느리 사위 손자 등은 인원 제한 없이 모일 수 있기 때문에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형제자매만 퍼뜨리느냐는 원성이 나온다. 유흥시설도 영업을 허용한 마당에 아무 객관적 근거도 없이 자의적으로 이런 제한을 하는 것은 행정편의주의 발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10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사용을 승인하면서 ‘의사가 대상자의 상태에 따라 백신 접종으로 인한 유익성을 충분히 판단해 결정하라’고 한 것도 문제다. 이 백신은 임상자료가 부족해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스웨덴은 65세 미만 접종을 권했고 미국 스위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승인을 보류하는 등 나라마다 다른 결정을 내놓고 있다. 정부로서도 결정이 어려운 점은 이해가 되지만 그렇다고 개별 의사들에게 판단을 떠넘기는 건 ‘무책임 행정’의 전형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번 조정방안은 영업장의 문을 닫게 하는 방역에서 국민들이 스스로 실천하고 참여하는 방역으로 전환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역기준이 완화되면 민간의 자율과 책임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정부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방역기준을 강요하고 책임 회피에만 급급한 태도를 보이면 국민들의 자발적 동참을 이끌어내기 어렵다. 정부는 업종별로 영업시간 제한을 다양화해 달라는 호소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의견을 듣고 타당성과 설득력이 있는지를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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