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콩 같은 식물성 원료로 만든 대체육 시장이 확대되면서 일본에서도 식품 대기업들의 시장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롯데리아, 모스버거 등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메뉴에 대체육을 사용한 제품을 추가했고 일본 육가공 브랜드인 이토햄도 햄, 커틀릿, 미트볼 등에 대체육을 사용한 신제품을 출시했다. 오츠카, 에스비 등 식품 대기업도 대체육 시장 공략에 나섰다. 대체육을 사용한 햄버거 패티와 야채를 곁들인 반찬 세트를 함께 판매하는 마트도 늘었다.
가격이 비싸고 익숙한 맛이 아니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대체육 제품 수요는 완만하게 확대되는 추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위생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이런 성장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기존 육가공 제품 생산 과정에서는 동물들이 분뇨 범벅의 대량 사육 환경에서 자란다. 성장 촉진과 질병 예방을 위해 각종 약품을 투여받기도 했다. 코로나19가 강타한 지난해 미국 육류 가공 공장에서 무더기로 확진자가 발생해 일시적으로 생산이 중단된 적도 있었다. 이런 사건들은 가뜩이나 위생에 예민한 일본 소비자의 심리에 영향을 줬다. 동물 유래 바이러스와 균이 연일 변이를 일으키고 신종 감염병 위험이 높아진 것도 동물과의 접촉을 피하려는 소비자 심리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
계속 확대되는 육류 소비가 전 지구적 차원의 식량난을 악화시키고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는 문제는 일본 소비자뿐만 아니라 일본 기업의 행동에도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지향하는 일본 기업들이 대체육 사업을 필수 과제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구상에 거주 가능한 토지의 약 4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축산업 관련 면적이 계속 팽창할 경우 산림 파괴, 온실가스 배출, 수자원 낭비 등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또 동물 사육 과정에서 곡물이 대량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육류 소비 확대는 비효율적인 식량소비 구조를 낳고, 빈곤 지역의 식량 수급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
물론 식물을 활용한 대체육도 마찬가지로 소비가 급증하면 공업형 농업의 한계를 노출하고 환경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산업계도 식물성 대체육뿐만 아니라 동물 세포를 배양하여 만드는 배양육 기술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개발하려 하고 있으며 원가 절감에도 주력하고 있다.
배양육 실용화에 앞장서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일본 닛신(日淸)식품이 있다. 일본 최초로 컵라면을 개발한 전통 식품회사인 닛신은 3차원 조직공학 기반의 식육 생산 기술을 보유한 도쿄대의 다케우치 쇼지 교수와 공동으로 배양육 연구를 진행 중이다. 배양육은 동물 세포를 체외에서 조직적으로 배양하여 만들어 육류나 식물성 대체육에 비해 지구 환경에 부담을 덜 주기 때문이다. 닛신식품과 연구진은 배양육 시장에서 먼저 상용화된 햄버거 패티용 다짐육이 아니라 식감 재현이 더 어려운 스테이크용 고기를 개발하기 위해 근육 조직을 인공적으로 제조하는 데 매달리고 있다.
그동안 대체육의 가장 큰 한계로 지목돼 왔던 ‘맛’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가령 이토햄은 오랜 육가공 기업으로 쌓아 온 고기 식감 노하우와 양념 개발 등을 위해 발전시켜 온 대두 가공 기술을 식물성 대체육 개발에 반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두와 궁합이 좋은 향신료 조합을 찾아내 대두 특유의 향에 대한 소비자 거부감을 억제하고 고기의 풍미를 성공적으로 재현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기업뿐만 아니라 일본 정부도 지구 환경과 식량 문제 개선,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 대체육 관련 푸드테크 개발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을 수립했다. 이를 위해 산·학·관을 연계한 ‘푸드테크 연구회’를 발족하기도 했다. 이 푸드테크 연구회는 식품회사, 기술 스타트업, 관계 부처, 정부 산하 연구기관, 주요 대학 등 164개 기업 및 단체의 참여로 본격적인 진용을 갖췄다. 일본 농림수산성은 연구회 발족을 계기로 대체육 관련 연구개발을 강화하고 전문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펀드 등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 글은 DBR(동아비즈니스리뷰) 314호에 실린 ‘대체육 맞아? 일본 푸드테크 맛의 전쟁’의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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