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수가 100만 개 가까이 줄어드는 22년 만의 최악의 고용위기 속에서 정부 여당이 추진한 기업 규제가 일자리 사정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규제에 시달리느라 고용과 투자를 축소하고, 공장을 다른 나라로 이전할 생각을 하는 기업이 줄을 잇고 있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벤처기업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230개 기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 상법 개정, 노동조합 3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도입, 획일적 주 52시간제 등 규제의 영향을 묻는 질문에 기업의 37.3%는 ‘국내 고용 축소를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국내 투자 축소’(27.2%) ‘사업장 해외 이전’(21.8%)까지 합하면 86.3% 기업이 일자리 축소로 이어질 선택을 고민하고 있다.
작년 5월만 해도 상황이 조금 달랐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 기업 유턴은 물론이고 해외 첨단산업과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과감한 전략을 추진하겠다”며 ‘리쇼어링(제조업체 자국 귀환) 정책’을 강력 추진하겠다고 했다. 경제계는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하면서 “일자리 창출로 화답하겠다”고 반응했다. 9개월이 지난 지금 한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는 갈수록 줄고, 미국 유럽 각국이 한국 반도체, 배터리 기업 유치에 적극 나서면서 일자리, 투자 유출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 여당은 그사이 기업 발목을 잡는 규제를 대거 도입했다. 대주주 지분 행사를 제약하는 상법 개정으로 대기업들은 투자보다 경영권 방어를 더 고민하게 됐다. 산업재해 발생 시 기업주, 원청업체 경영자를 형사처벌하는 중대재해법은 해외 유사 사례조차 찾기 어렵다. 노조 3법은 후진적 노사관계를 더 막다른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최근 르노삼성 대주주인 르노그룹 최고위 임원이 파업을 예고한 노조에 “부산공장 제조원가는 스페인의 2배”라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철수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경제계가 극력 반대하는 규제들을 일방적으로 도입해 놓고 정부 여당은 “건전한 산업발전의 계기가 될 것”이란 유체이탈 화법으로 일관해 왔다. 나아가 집단소송제, 징벌적 손해배상 등 추가 규제 도입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식의 도 넘은 규제로 고용과 투자를 위축시키고, 있는 일자리까지 해외로 내쫓는다면 아무리 ‘관제 알바’를 많이 만든다 해도 우리 청년들을 ‘일자리 지옥’에서 구해낼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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