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에는 남북 교류·협력사업을 하려는 법인, 단체가 북한에 사무소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검토보고서는 “2008년 금강산 관광 중단, 2016년 개성공단 전면 중단, 2020년 북한의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등 남북관계 경색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북한 사무소 설치를 법률로 규정하는 것이 적절한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개정안은 정부가 기존 ‘국내 기업 및 경제단체의 북한지역 사무소 설치에 관한 지침’(통일부 지침)에 있는 내용을 법률로 상향해 규정한 것이다. 개정안에 따른 북한 사무소는 영업활동이 아닌 업무연락이나 시장조사, 연구개발 등 비영업적 기능만 하는 곳으로, 기업의 북한 지점과는 다르다. 각종 단체나 기업의 대북교류 활성화 차원에서 ‘민간판 연락사무소’ 설치 운영을 법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러나 국회가 지적한 대로 작금의 남북관계, 특히 지난해 6월 북한이 폭파한 개성 연락사무소의 잔해가 채 거둬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런 입법을 추진하는 정부의 현실 인식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북한은 어떤 사과나 보상도 하지 않았다. 이후 서해에서 우리 국민을 무참히 살해하는 만행까지 저질렀다. 그런데도 정부는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북한 요구대로 대북전단 살포금지법까지 제정하며 저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남북관계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예측불허의 연속이었다. 개성 연락사무소를 설치할 때만 해도 누가 그런 결말을 예상이나 했는가. 우후죽순으로 북한에 생겨난 사무소가 나중엔 북한의 전리품이 되어 굉음과 함께 주저앉은 연락사무소의 운명을 맞을 수도 있다. 8개월 전의 충격적 장면은 여전히 우리 뇌리에 생생하다. 상처 난 국민적 자존심은 아랑곳하지 않고 북한 달래기에만 급급한 정부의 무신경은 실망을 넘어 절망스러운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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