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어제 여야 합의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했다. 특별법에는 “기획재정부 장관이 필요할 경우 신속·원활한 건설을 위해 예비타당성 조사(예타)를 면제할 수 있다”는 ‘예타 면제’ 근거 조항과 사전타당성 조사 간소화 규정이 포함됐다. 4월 7일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불가역적 국책사업으로 못 박을 것”이라고 공언한 민주당이 예타 면제를 밀어붙였고, 국민의힘도 동의하는 쪽으로 선회한 것이다. 특별법은 2월 임시국회 회기 내 처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덕도 신공항 찬반 논란과 별개로, 선거를 목전에 둔 정치권이 최소 10조 원 이상 예산이 투입될 사업을 사전에 경제적 타당성을 검토하는 예타 절차도 없이 특별법으로 추진하는 것은 명분이 옹색하다. 국가재정법에 지역균형발전 혹은 긴급한 경제 대응 등 이유가 있을 경우 예타를 면제할 수 있는 조항이 있긴 하다. 하지만 가덕도 신공항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여당은 2006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신공항 타당성 검토를 지시한 이후 15년 동안 다섯 차례에 걸쳐 입지, 항공 수요 등을 검토한 만큼 시간 낭비라는 논리를 편다. 그러나 2016년 신공항 입지 평가에서 가덕도는 김해와 밀양에 이어 3위였다. 2019년 김해 신공항의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총리실 검증위 조사 결과가 나왔지만, 가덕도에 신공항을 건설해야 한다는 내용은 없었다. 국토교통부는 복수의 공항 입지에 대한 경제성과 안전성 평가를 선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기획재정부가 예타 면제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이처럼 무리한 대목이 많았기 때문이다.
당초 법안소위는 최소한의 절차를 밟기 위해 예타를 실시하되 간소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었다. 그러나 부산 지역의 강력 반발에 선거 논리가 앞섰다. 야당에서도 주호영 원내대표가 “선거가 급하더라도 지켜야 할 것은 지키는 게 좋다”고 했지만 공허한 메아리에 그쳤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 들어 예타 면제 사업 규모는 100조 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에 나쁜 선례의 물꼬가 트인 만큼 대선을 앞두고 예타 면제 특별법 공약들이 앞으로 얼마나 더 쏟아질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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