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문제는 에너지와 직결된다. 겨울 들어 중국에서 난방이 시작되면 곧바로 우리나라는 미세먼지로 몸살을 앓는다. 현대 문명을 지탱하는 에너지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기상이변을 일으킨다. 전 세계 에너지의 약 84%가 석유, 석탄, 가스 등 화석연료다. 화석연료가 연소되면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가 오늘날 기후변화와 대기질 악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
에너지가 날씨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으려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 에너지원별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비교해 보면 kWh(킬로와트시)당 석탄은 991g, 석유는 782g, 가스는 549g의 이산화탄소를 각각 배출하는데, 태양광은 57g, 원자력은 10g밖에 배출하지 않는다. 여기에 경제성까지 고려한다면 날씨를 위해 원자력보다 좋은 에너지는 없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원자력이 기피 대상이 된 데에는 영화에 등장하는 이미지의 영향이 커 보인다.
원자력이 에너지로 활용되기 시작한 1951년 이후 사고는 총 서른 건이 보고됐다. 대부분 경미한 것이었지만 소련의 체르노빌과 일본의 후쿠시마 사고는 원전에 대한 두려움을 블록버스터급 재난 이미지로 확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기술적 결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안전장치를 의도적으로 해제한 채 무리하게 실험을 감행한 기술자의 공명심이 원인이었다. 원전 폭발로 직접 사망한 사람은 31명이며 장기간 방사능 노출에 의해 조기 사망한 사람의 수는 4000명에 이를 것으로 세계보건기구(WHO)는 추정했다. 하지만 ‘방사능 영향에 관한 유엔 과학위원회’는 이 수치가 지나치게 과장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도 기술적 결함이 아니라 지진해일에 의한 원자로 침수가 정전을 일으켰기 때문이었다. 이 사고로 사망한 사람은 573명으로 집계됐지만 방사능 피해와는 무관한 것이었다. 사고 지역에서 피난하는 과정에서 고령자들이 사망한 사례가 사고의 다수를 차지했다. 방사능 영향으로 조기 사망한 사람은 전혀 없거나 1000명 이내일 것으로 추정된다.
1975년 8월 중국 허난성 반차오댐이 태풍으로 붕괴돼 하루 만에 24만 명이 사망하였다. 지난해 중국에서 한 달 동안 내린 폭우로 각국 언론은 세계 최대 수력발전소인 싼샤댐의 붕괴 위험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싼샤댐 붕괴는 20세기 최악의 붕괴라 불리며 수많은 인명피해를 낸 1975년의 반차오댐 피해를 능가할 것으로 우려됐기 때문이다. 에너지원별 사고를 단순 비교한다면 수력발전이 원전보다 훨씬 위험한 것이 되어버린다. 사실 가장 위험이 큰 에너지는 석탄발전이나 자동차를 움직이는 화석연료이다. WHO는 매년 400만 명이 화석연료에 의한 대기오염으로 조기 사망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50년간 1억 명이 화석연료 때문에 사망했다고 한다. 매년 400만 명 이상의 목숨을 구할 수 있고 지구온난화를 저지할 수 있는 원자력이 천덕꾸러기 대우를 받는 것이 의아하다. 좋은 에너지를 선택하는 것은 좋은 날씨를 넘어 우리 인류의 생존에 직결된 문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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