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가 ‘거주 불명자’에 대한 첫 사실조사에 나선다고 24일 발표했다. 거주 불명자는 행정상 거주지가 명확하지 않은 이를 뜻한다. 이번 조사의 대상이 되는 거주 불명자는 5년 이상 거주지를 등록하지 않은 29만 명이다. 오랫동안 거주지가 불명확한 이들이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확인해 보겠다는 것이다.
행안부가 사실조사에 나선 이유는 행정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2009년부터 거주 불명자도 사회안전망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거주불명 등록제도’를 도입했으나 실태 파악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 선거 공보물을 보내고 행정기구의 인력을 배분하는 등 행정 비용이 증가했다. 이 때문에 거주 불명자의 생사를 확인한 뒤 주민등록을 말소시키겠다는 것이다.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은 지난해 10월 보도한 ‘증발 사라진 사람들’을 통해 증발자들을 찾아다녔다. 실직, 파산, 사별, 이혼, 질병 등을 겪은 뒤 가족과 친구 곁에서 스스로 떠나버린 이들을 만난 것이다. 법원에서 실종 선고를 받은 뒤 주민등록이 말소된 이들도 있었고, 주민등록은 살아있지만 숨어 사는 이들도 있었다.
증발자 대부분은 거주가 불명확했다. 1회 주인공인 문모 씨(49)는 집을 떠나 6년간 전국을 떠돌았다.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텐트를 치고 잠을 자는 날도 많았다. 보도된 이들 외에도 취재 과정에서 거주 불명자로 의심되는 이들도 많았다. 누구도 생사를 모르는 이들. 사회가 찾지 못한다는 점에서 증발자들과 거주 불명자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문 씨의 경우 다행히 지난해 4월 세상으로 돌아왔다. 검사가 직권으로 실종선고 취소 소송을 낸 덕에 주민등록증을 새로 발급받았다.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공사장에서 다친 뒤 고치지 못한 오른손도 치료할 계획이다. 전세 대출을 받아 집을 구하려고 한다. 문 씨는 2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올해 설은 누나 집에서 함께 지냈다”며 기쁨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우리 곁으로 돌아온 것이다.
사회가 우선해야 할 일은 지우는 것이 아니다. 찾아내는 일이다. 만약 이번 사실조사를 통해 주민등록이 말소가 되는 이들이 있다면 그 거주 불명자는 영영 사회에서 지워진다. 행정 비용을 줄이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사회에서 증발한 이들을 마음을 다해 찾아내고, 그들이 있고자 했던 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가족들이 거주 불명자의 생사를 확인하고 싶다면 행안부에 정보공개 청구를 해 건강보험 진료 등의 기록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하기 쉽지 않다. 가족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조금이라도 알기 바라는 것이 남은 이들의 마음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그 마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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