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원 국토교통부 1차관이 25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지난해 2월부터 현재까지 서울의 주택 매매계약이 취소된 거래(단순 실수로 취소된 거래 제외) 중 37%가 신고가 거래였다”고 말했다. 일부러 이전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된 것으로 신고를 한 뒤 계약을 취소해 ‘가격 띄우기’를 하는 수법이 시장에 횡행하고 있다는 취지였다.
앞서 22일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실도 지난해 전국 아파트 매매계약이 취소된 사례 3만7965건 가운데 1만1932건(31.4%)이 등록 당시 역대 최고가였다는 결과를 공개했다. 서울은 이 비중이 5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가격 띄우기’는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을 어렵게 하고 정상적인 시세를 왜곡한다. 집값을 띄우려는 목적으로 주택을 고가에 계약했다고 신고한 후 취소하는 허위 거래 몇 건 때문에 수요자들은 시장 흐름을 오판할 수 있다.
젊은 층의 ‘영끌’ 매입이 이런 왜곡된 시세에 영향을 받았다면 그 책임은 허위 신고를 걸러내지 못한 당국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 같은 가격 띄우기 수법은 일종의 ‘자전거래’로 애초부터 단속 대상이었다. 국토부는 지난해 2월 전담 단속 조직을 출범시키고 집값 담합행위 등을 집중 감시해 왔지만 이런 사례를 적발했다고 발표한 적은 없다. 감시망에 구멍이 있었던 건 아닌가.
정부의 단속 의지를 의심하도록 하는 대목은 또 있다. 부동산업계는 지난해 서울에서 이뤄진 거래 중 30∼50%는 신고가 거래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취소 거래 중 37%가 신고가 거래인 것 자체가 특이한 현상은 아니다. 워낙 신고가 거래가 많다 보니 취소 거래 중에서도 신고가 거래 비중이 높을 수 있다.
‘가격 띄우기’가 시장에 얼마나 퍼져 있는지 정확히 알려면 전체 신고가 거래 중 취소된 거래의 비중을 분석해야 한다. 이를 전체 거래 중 취소 비중과 비교해야 한다. 하지만 국토부는 이 통계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한 전문가는 “전형적인 통계 해석의 오류”라며 “통계를 근거로 부동산 가격 상승에 투기세력의 ‘작전’이 작용했다고 강조하려는 것 같다”고 했다.
현실을 정확히 파악해야 효과적인 정책도 나온다. 통계를 제대로 활용해야 하는 이유다. 국토부는 지난해 집값 통계의 정확도를 놓고 홍역을 치렀다. 공급이 부족하다는 민간 통계가 쏟아졌을 때도 공급은 충분하다며 버티다 뒤늦게 가구 분화 등을 이유로 들며 공급 확대로 돌아서기도 했다.
정부는 25일 가격 띄우기용 허위 거래에 대해 기획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필요한 조치지만 정책 실패의 책임을 허위 거래 탓으로만 돌리려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지금 필요한 것은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과 동시에 실패한 정책의 궤도를 수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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