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는 장안을 떠나 촉 땅으로 부임하려는 참이다. 장안에서 아득히 먼 서남쪽 쓰촨(四川) 지역이다. 조정에서 외직으로 나가는 게 꼭 좌천일 리는 없겠지만 화려하고 안전한 수도를 떠나 벽지로 향하는 친구에게 시인은 위로를 건네고 싶었다. 끊임없이 타향을 떠도는 운명을 감수해야 하는 건 관직 인생의 불가피한 선택. 시인 역시 언제든 어떤 이유로든 떠돌 수 있다는 동병상련의 심정이기도 했으리라. 친구여, 이 세상에 나와 뜻이 맞는 사람이 있는 한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마치 이웃처럼 서로 마음이 통하는 법이라네. 우리 기꺼이 서로의 지기(知己)임을 자처하면서 오늘의 이별을 담담하게 받아들이세. 이별의 갈림길에서 시인은 어린아이처럼 눈물짓지는 말자고 다짐하지만 기실 석별의 정에 스민 살가운 우정에는 이미 흥건히 눈물이 고여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세상에 자신을 알아주는 이 있다면 하늘 끝에 있대도 이웃 같으리’는 사람 사이에 공간적 거리보다 심리적 유대감이 더 중요하다는 교훈으로 곧잘 활용되는 명구다. 앞 시대 조식(曹植)이 아우 조표(曹彪)에게 보낸 시구 ‘대장부가 세상에 뜻을 두었다면 만리도 이웃과 같다’에서 유래한 표현인데 왕발이 교묘하게 환골탈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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