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정보기술(IT) 인력난이 프로그램 분야의 대졸 초봉을 최고 6000만 원까지 끌어올렸다. 지난달 쿠팡이 신입 개발자에게 연봉 6000만 원을 제시하자 게임업체인 크래프톤이 같은 수준으로 연봉을 일괄 인상했다. 산업이 인공지능, 데이터 등을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되면서 ‘뺏고 뺏기는’ 인재 유치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전체적으로 청년실업이 심각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IT 분야 인력난이 심하다는 것은 인재 양성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
기업들은 IT 분야를 전공한 우수 인재의 절대 숫자가 부족하다고 호소한다. 무엇보다 1982년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 법에 막혀 수도권 대학들은 첨단 학과 정원을 늘리지 못하고 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정원은 17년째 55명이다. 반면 미국은 UC버클리 한 곳에서만 한 해 컴퓨터 전공자가 1590명씩 쏟아진다.
정원은 묶여 있는데 첨단 미래기술을 배우려는 학생은 넘쳐난다. 대학에서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 강의를 듣는 학생의 70% 정도가 비전공자나 부전공자라고 한다. 교수진이나 기자재는 전공자 수에 맞춰져 있는데 수강생이 급증하다 보니 교육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 결과 한국 상위권 대학조차 컴퓨터 분야 세계 대학 순위에서 100위권 밖에 밀려나 있다.
교육부는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전체 정원 안에서 학과 인원을 조정하라는 입장이다. 학과별 ‘밥그릇 싸움’에 자율 조정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걸 교육부 공무원도 안다. 정부는 지난해 자퇴 등 결손 인원만큼 첨단 학과 정원을 임시로 늘리도록 했다. 하지만 대학별로 증가한 정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한 데다 결손이 줄면 정원을 다시 줄여야 한다. 국가 미래가 걸린 IT 인재 양성은 지역 균형 발전과 형평이라는 관점에만 매몰돼서는 안 된다. 글로벌 산업 구조의 변화 흐름을 유연하게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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