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이야기]다가오는 기후이탈시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27일 03시 00분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한국기상협회 이사장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한국기상협회 이사장
“무자비하고 긴 한파가 모든 기록을 다 갈아 치울 수도 있다. 지구온난화는 어떻게 된 거냐?” 2018년 미국 동부지역으로 한파가 내려오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트윗에 날린 말이다. 이렇게 추운데 지구 온난화가 말이 되느냐면서 그 개념을 비꼰 것이다. 올해도 이런 트윗을 올릴지 궁금하다.

2021년이 시작되면서 북반구의 동아시아와 유럽에 북극 한기가 내려왔다. 1월 8일 서울은 영하 18.6도까지 떨어지면서 20년 만의 한파 기록을 세웠다. 베이징 최저기온은 영하 19.5도에 체감기온 영하 43도로 신기록을 세웠다. 중국 북부지방인 아무얼(阿木爾)은 영하 44.7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파는 따뜻한 나라인 대만도 강타했다. 한겨울에도 영상 15도 이상 되기에 난방시설이 없는 집이 많은데 갑자기 한파가 내려오면서 126명이 사망했다. 일본도 예외는 아니었다. 추운 공기가 동해상을 지나면서 만들어진 눈구름이 일본 호쿠리쿠, 도호쿠 지방으로 상륙해 최고 281cm의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다. 눈에 파묻히거나 건물이 무너지면서 59명이 숨졌다.

유럽 지역도 북극 한기로 한파와 폭설이 발생했다. 1월 9일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의 적설량이 50cm로 5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북서부의 레온 지역은 영하 35.8도를 기록했다. 북극한파는 남쪽의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도 강타했다. 사시사철 덥기로 유명한 아프리카 사하라사막과 사우디아라비아 사막이 눈에 덮이고 50년 만에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다. 빙하 쓰나미로 인한 비극도 있었다. 2월 7일 인도 북부 난다데비 국립공원에서 녹아내린 빙하가 무너져 산 아래 수력발전댐을 강타하는 빙하 쓰나미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적어도 14명이 사망하고 170명 이상 실종되는 비극이 발생했다.

2월 중순에는 북극한파가 미국을 강타했다. 콜로라도주 유마는 영하 41도, 캔자스주 노턴은 영하 31도를 찍는 등 살인적인 강추위가 덮쳤다. 특이하게도 텍사스와 아칸소 등 남부 지역까지 기록적인 혹한이 엄습했다. 텍사스주 댈러스는 영하 18.8도를 기록하면서 91년 만에 최악의 한파를 기록했다. 이맘때 영상 15도에 가까운 기온을 보였던 곳이다 보니 텍사스 등 7개 주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눈폭풍으로 발전시설이 고장 나면서 18개 주 550만 가구에는 전력 공급이 끊겼다.

왜 이렇게 추웠던 것일까? 북극 성층권에는 북극의 차가운 공기를 가둬두는 역할을 하는 ‘극소용돌이(Polar Vortex)’가 있다. 지구온난화가 극소용돌이를 약하게 만들어 한기를 중위도 지역까지 내려보내면서 이상 한파를 만든 것이다. 트럼프가 비꼰 지구온난화의 대반격이다.

새해 두 달도 지나지 않았는데 발생하는 기상 재앙들을 보면서 기후이탈(Climate Departure)이 시작된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 기후이탈이란 ‘기후가 정상 범위 내의 변화치를 벗어나 새로운 차원으로 옮겨지는 현상’을 말한다. 기후학자들은 아무런 조치가 없다면 2030년이면 기후이탈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럴 경우 지구촌은 온갖 최악의 기상재앙으로 얼룩질 것이다. 올여름에는 얼마나 강한 홍수와 태풍이 덮치려나 걱정된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한국기상협회 이사장
#기후이탈시대#한파#북극 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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