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은 어제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특별위원회가 3월 발의, 6월 입법을 목표로 추진 중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가칭) 설치’에 대해 처음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반대의 강도는 “민주주의 퇴보이자 헌법 정신의 파괴”라고 주장할 만큼 강했다.
우리나라 검찰의 직접 수사 영역은 형사사법제도가 선진화된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아 줄여갈 필요가 있음은 사실이다. 올 초부터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 영역을 부패 경제 선거 대형참사 등 6대 범죄로 줄인 것이 그 일환이다. 다만 검찰의 직접 수사 영역을 줄이기 위해서는 검찰에 수사기관을 견제하고 필요하면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을 남겨두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이런 전제를 무시했고 이제 6대 범죄 관할마저 중수청에 넘겨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겠다는 것은 수사와 기소 기관의 협력을 통해 중대범죄에 대처하는 세계적 흐름과도 어긋난다.
고위공직자 비리는 다른 나라에서도 검찰이 직접 수사하거나 수사를 지휘하는 영역이지만 현 정권은 이 영역을 검찰에서 떼어내 공수처라는 신설 수사기관에 넘겨줬다. 공수처가 고위공직자 범죄에 대한 수사역량을 축소시키지 않으면서 살아있는 권력으로부터 독립한 수사를 하는지 일단 지켜볼 일이다. 그런 뒤에 검찰의 직접 수사 영역을 더 줄일지 말지 결정해도 늦지 않다.
청와대 관계자는 어제 윤 총장의 입장 표명에 대해 “검찰은 국회를 존중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차분히 의견을 개진해야 할 것”이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시행된 지 2개월을 갓 넘겼으며 공수처는 채 출범도 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형사사법제도를 뒤흔드는 입법을 하겠다는 여당의 강경파 의원들을 먼저 탓해야 할 것이다. 청와대는 당초 언급한 ‘속도조절론’의 진정성이 의심받지 않도록 입장을 재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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