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지난달 3기 신도시로 발표된 경기 광명·시흥 일대 땅을 사전에 대규모로 사들여 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과 참여연대는 어제 기자회견에서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원 공익감사를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신도시와 공공주택을 담당하는 핵심 공기업 직원들이 내부 정보로 투기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정부의 공공주도 공급정책의 신뢰성에도 큰 균열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민변과 참여연대에 따르면 LH 전·현직 직원 14명과 가족 등은 2018년 4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시흥시 과림동 일대 10개 필지 2만3028m²를 공동으로 사들였다. 매매가는 100억 원에 달했고 58억 원의 대출금까지 동원됐다. 현지 부동산업계는 이들의 부동산 매입 시기가 값이 오르기 전이어서 미공개 정보 이용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직원 상당수는 토지 보상 업무를 맡아 왔다고 한다. 이들은 땅을 사자마자 1000m² 규모로 ‘쪼개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용할 때 다른 땅으로 보상해주는 ‘대토’ 기준인 1000m² 이상에 맞춰 땅을 나눴다는 것이다. 보상비를 더 받으려고 대규모로 나무를 심었다는 의혹도 있다. 정부 측 보상 전문가들이 보상을 더 받을 모든 수단을 동원해 투기를 했다고 의심되는 대목이다.
국토교통부 산하 기관인 LH는 직원이 1만 명에 달하고 각종 개발 정보가 모이는 곳이다. 2017년 LH 직원이 신도시 개발 도면을 유출했지만 주의 등 가벼운 처벌에 그쳤다. 이번 투기 시기가 변창흠 국토부 장관의 LH 사장 재임 기간과 일부 겹친다는 점에서 변 장관도 관리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렵게 됐다.
현 정부는 출범 이후 주택 공급이 충분하다면서 땜질식 ‘찔끔 공급’을 반복했다. 3기 신도시 6곳도 세 차례에 걸쳐 나눠 발표됐다. 이번 의혹이 사실이라면 조금씩 공급되는 틈새 기간을 이용해 투기를 했다고 봐야 한다. 2·4공급대책에 포함된 신규 택지 대부분은 여전히 발표되지 않은 상태다.
민변 등은 개발 예정지 중 일부만 조사해 이번 의혹을 제기했다. 정부는 LH가 관련된 주요 사업지 전체를 대상으로 투기 의혹을 철저히 조사해서 형사고발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이번 의혹은 소수의 일회성 일탈행위가 아니라 부동산 정책의 신뢰성을 통째로 흔들 수도 있는 심각한 사안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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