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주도 공급을 내세운 2·4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지 한 달 만에 위기에 처했다. 정부의 공급 신호에도 집값은 오르고, 민간은 공공주도 사업에 참여하기를 꺼리고 있다. 공공주도 사업을 시행할 LH 직원들이 100억 원대 투기를 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정책의 신뢰성이 통째로 흔들리고 있다. 민간을 배제한 채 공공이 주택 공급을 주도하는 ‘변창흠표’ 정책이 실제 시장에선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봐야 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월 한 달 동안 수도권 집값은 1.17% 상승했다. 2008년 6월 이후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정부는 2·4대책을 ‘공급 쇼크’라며 집값이 곧 안정될 것이라고 했다. 이런 기대와 반대로 집값이 오르는 것은 국민들이 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낮게 본다는 뜻이다. 정부는 각종 인센티브를 내세워 공공 재개발·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2·4대책 이후 서울에서 공공 시행을 하겠다는 조합은 찾아보기 어렵다.
민간이 LH 같은 공공기관을 믿고 땅과 사업권을 넘기는 게 공공주도의 핵심이다. 투기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누가 자신의 땅을 선뜻 LH에 넘기겠는가. 공공의 사업 시행 능력에 대해서는 2·4대책 발표 때부터 의문이 제기돼 왔다. LH 직원이나 공무원이 주민들을 일일이 설득하고 수많은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LH 직원의 투기 의혹이 제기된 2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LH 등의 기관장과 간담회를 갖고, 3기 신도시 토지보상비로 올해만 9조 원을 집행키로 했다. 3기 신도시 보상금의 전체 규모는 50조 원 이상으로 예상된다. 투기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이런 보상금에도 의심의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다.
공공이 주도하면 저렴한 주택을 공정하게 공급할 것으로 믿기 쉽다. 실제 낙후지역 재개발이나 서민용 임대주택은 공공이 주도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공공과 민간의 영역은 따로 있다. 인기 지역 재건축은 민간의 영역으로 봐야 한다. 투기 의혹으로 공공의 신뢰까지 흔들리는 상황에서 민간 영역까지 공공이 주도하겠다는 정책은 전면적으로 수정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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