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경기 광명·시흥 등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으로 비판 여론이 들끓자 여당이 이른바 ‘LH 투기 방지법’의 3월 임시국회 처리를 공언하고 나섰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어제 “LH 사건 방지 법안을 이번 국회에서 최우선적으로 처리하겠다”고 했고, 이에 맞추기라도 한 듯 일부 의원들이 법안들을 내놓고 있다. LH 같은 공공기관 직원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토지나 주택을 사고팔아 부당한 이익을 취할 경우 징역형과 이익의 3∼5배의 징벌적 벌금을 부과하는 취지의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 등이다.
공직자 재산등록 범위를 공공기관 전체로 확대하고 등록 의무자도 일정 직급 이상 임직원으로 넓히는 내용의 공직자윤리법 개정안도 발의됐다. 김 원내대표는 “공직자와 공공기관 전반의 부패방지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 공직자이해충돌방지법 제정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그동안 처리를 미적대더니 여론 악화에 정무위원회에서 계류 중이던 이해충돌방지법까지 부랴부랴 ‘소환’한 것이다.
여당이 LH 사태와 같은 투기를 입법을 통해 막겠다는 것은 나무랄 일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 입법을 서두르는 것은 아무런 실익도 없다. 정확한 실체를 파악하지 않고 내놓는 대책은 소리만 요란할 뿐 투기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대책이 되기 어렵다.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정확한 진상 규명이다.
하지만 2일 투기 의혹이 처음 불거진 이후 일주일이 지났지만 실체 규명에는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의 ‘셀프 조사’ 논란 등으로 시간만 허비했다. 어제 오전 경찰이 LH 본사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이 할 일은 갓 출범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차질 없이 기능을 하도록 하고, 검찰과도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4월 7일 보궐선거를 앞둔 정부 여당으로선 LH 투기 의혹 사건이 대형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까 걱정이 클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 대해 선거의 유불리만을 따져서 행동을 한다면 오히려 더 큰 역풍을 맞게 될 수도 있다. 여당이 아무 대책이나 있는 대로 쏟아낸다고 해서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철저한 진상 규명 의지를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투명한 수사결과를 바탕으로 재발을 막을 수 있는 구체적인 대책을 내놔야 비로소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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