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대신 음성 ‘클하’ 열풍… 코로나가 불러온 SNS 진화[인사이드&인사이트]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10일 03시 00분


클럽하우스 인기로 본 SNS 미래

정지훈 모두의연구소 최고비전책임자·전 경희사이버대 교수
정지훈 모두의연구소 최고비전책임자·전 경희사이버대 교수
《최근 가장 뜨거운 소셜미디어를 하나만 꼽으라고 하면 클럽하우스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대화방을 열고 음성만을 이용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초대를 받은 사람만 가입할 수 있으며, 애플 운영체제(OS)인 iOS만 지원한다는 등의 특징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약간은 상류층의 문화 같은 분위기를 주는 면도 있다. 회원들의 사교 장소로 꼽히는 골프장 클럽하우스처럼 말이다.》

○ 페북, 인스타, 틱톡…스마트폰과 함께 등장한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의 인기는 수치로도 증명된다. 마케팅 전문 블로그 백링코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60만 명 정도이던 이용자 수가 올해 1월 200만 명, 2월 초에는 600만 명을 넘은 것으로 추산됐다. 여기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등이 초대된 방이 열리는 등 이슈도 계속 생산하고 있다.

새로운 소셜미디어가 등장하고 급속히 커지는 현상 자체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페이스북의 경우 2008년에는 1억 명 정도가 이용했지만, 2012년에는 사용자가 10억 명이 넘었다. 여기에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컴퓨팅 환경이 개인화되면서 다양한 소셜미디어가 성공가도를 달렸다. 인스타그램은 스마트폰으로 쉽게 고화질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사진을 기반으로 하는 강력한 소셜미디어로 자리매김했다. 20대 젊은이들의 강력한 지지 속에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라는 거대한 흐름이 하나로 결속됐고, 2020년 10억 명이 사용하는 강력한 소셜미디어가 됐다.

이어서 중국 바이트댄스에서 선보인 15초짜리 짧은 동영상(숏폼) 서비스 틱톡은 사진 중심이었던 스마트폰 미디어를 동영상 중심으로 이동시켰다. 동시에 편집과 생산도구 자체를 스마트폰만으로 가능하게 하면서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최고의 소셜미디어가 됐다. 데이터 분석기관 데이터리포털 등에 따르면 틱톡 이용자는 2020년 8억 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여기에 워낙 사용자층이 두껍고 사실상 주류 미디어로 편입됐다는 느낌이 강한 유튜브 역시 엄연한 소셜미디어다. 유튜브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세대를 초월하여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이 미디어의 촬영과 유통, 소비의 중심에 있다. 이를 보면 이제 소셜미디어가 주류 미디어 이상의 지위와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 비대면에 지친 사람들, 클럽하우스로


다만 클럽하우스는 미디어의 양태라는 측면에서는 기존 소셜미디어의 진화 양상과는 약간 다른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인터넷 네트워크의 고도화와 함께 텍스트 중심에서 사진과 동영상 중심으로 이동해온 흐름을 볼 때 클럽하우스와 같이 오디오로만 승부하는, 일종의 소셜 라디오 같은 소셜미디어가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실제로 오디오 중심 소셜미디어에 도전한 여러 서비스가 있었지만, 대체로 주류로는 성장하지 못하고 틈새시장을 만족시키는 수준에 그쳤다.

그렇다면 클럽하우스는 아직 성장의 초기이기는 하지만, 어떻게 주류 소셜미디어가 될 수도 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관심을 끌게 되었을까.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2020년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많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함께 만나는 일이 줄어들었다. 사람들은 화상회의 솔루션 등을 이용해서 미팅을 하고, 다양한 협업도구를 이용해서 원격으로 일을 하고는 있다. 이에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라고 할 수 있는, 모여서 같이 잡담을 하고 수다를 떠는 등의 사회적인 활동을 1년 넘게 못 했던 사람들에게 클럽하우스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매우 매력적으로 느껴진 듯하다.

특히 얼굴을 보고 만나는 화상회의 솔루션들은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뭔가를 하기 어려운 점이 많았고, 얼굴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적어도 상의 정도는 챙겨 입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클럽하우스는 얼굴을 보여주거나 상의를 갖춰 입을 필요 없이 스마트폰을 라디오처럼 틀어놓는 것만으로도 잡담을 하거나 전문가의 다양한 경험을 들을 수 있다는 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출퇴근 시 차량에서 라디오처럼 듣다가 한마디씩 한다거나, 운동을 하면서 듣는 사람도 있다. 자기 전에 침대 옆에 틀어놓고 이야기를 하다가 잠드는 방, 이런 사람들을 위해 자장가를 불러주는 방까지 탄생했다.

이를 보면 코로나19 팬데믹이 가져온 재택근무 상황과 사람들을 만나서 수다를 떨지 못했던 제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 최근 인기의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생각된다. 물론 클럽하우스 참여자 중에는 뛰어난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 이들이 개설한 방에서 전문가들이 참여한 양질의 세미나 또는 콘퍼런스에서나 접할 고급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덤이다.

○ 여러 소셜미디어가 공존하는 시대로


이처럼 소셜미디어는 플랫폼 자체도 중요하지만, 네트워크 환경이나 주로 사용하는 세대, 스마트폰의 보급, 사진과 동영상 등 미디어의 특징과 삶의 환경 등에 따라 다양하게 사용자 폭을 늘리고 있다. 아울러 이제는 하나의 주도적인 소셜미디어가 전체 플랫폼을 장악한다기보다 여러 개의 소셜미디어가 공존하는 양상으로 발달하고 있다. 동시에 여러 소셜미디어를 쓰는 게 이제는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클럽하우스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과 같이 전 세계 수억 명이 쓰는 주류 소셜미디어가 될지는 미지수다. 많은 소셜미디어가 사용자 수천만 명 수준으로 커질 때 초반에 가졌던 장점 등이 사라지고, 거품이 빠지면서 그저 그런 수준의 서비스가 되어버린 사례도 매우 많다. 그렇지만 현재 클럽하우스가 제공하는 새로운 소셜미디어의 경험은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잘 어울리고, 그에 따라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듯하다. 미래에 새롭게 등장할 소셜미디어 플랫폼들도 이처럼 사용자들을 만족시킬 만한 충분히 매력적인 경험을 선사할 수 있어야 성공할 것이다.

정지훈 모두의연구소 최고비전책임자·전 경희사이버대 교수


#클럽하우스#인기#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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