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엄마가 아이 문제로 상담을 다녀왔는데, “부모가 많이 사랑하지 않은 탓”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엄마는 그 말에 심한 자책감을 느끼고 무기력해져 있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 세상에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을까. ‘나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는 말에 가슴이 무너져 내리지 않는 부모가 얼마나 있을까.
아이의 모든 문제가 부모 때문인 것은 아니다. 아이는 타고난 것과 길러진 것의 합이다. 타고난 부분에 상당히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도 있고, 부모가 애를 써도 아이 자체가 굉장히 키우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전문가들이 아이의 문제에 있어서 부모를 강조하는 이유는, 아이에게 부모가 너무나 중요한 사람이라서 그렇다. 부모라는 사람이 아직 어린 아이를 보살피고 가르치고, 아이의 문제를 가장 많이 대해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다. 어떤 아이라도 부모가 그 문제를 잘 파악하고 이해하고, 그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를 배워나가면 아이의 변화를 가장 많이 이끌어낼 수 있는 사람이라서 그렇다. 모든 부모는 아이에게 영향을 준다. 모든 아이는 부모가 준 영향에 반응을 한다. 서로 다른 인간이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가 뭔가로 많이 힘들어한다면 혹시나 그 힘들어하는 부분에 부모가 준 영향은 없는지 점검해 보긴 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반성이 지나쳐 자책을 하는 부모들이 있다. 부모가 아이의 문제에 끼친 영향이 하나도 없을 수는 없겠지만 그 영향은 대체로 절대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정말 문제가 많은 부모들은, 여전히 그 문제가 자기로부터 왔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그들은 상담을 받으러 오지도 않는다. 아이 문제로 병원이든 상담실이든 어디든 문을 두드리는 부모는 굉장히 훌륭한 사람들이다.
물론 학대하는 부모는 이 글에서 말하는 일반적인 부모와는 다른 범주다. 하지만 아이에게 문제가 있을 때, 보통의 부모에 대해서 ‘절대적인 부모의 사랑’ ‘좋은 부모’ ‘모성애’를 논하지 않았으면 한다. 부모는 자식을 근본적으로 사랑하기 때문이다.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아이를 무척 사랑한다. 하지만 부모도 불완전한 인간이다. 사랑을 해도 실수를 하고, 잘 모르는 것으로 인해 아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기도 한다. 이런 불완전함에 ‘온전한 사랑’ ‘절대적인 모성애’의 잣대를 들이대면 어느 부모든 두 손 두 발 다 들 수밖에 없다.
아이에게 공부를 하라고 지나치게 닦달하는 부모가 있다. 그것으로 아이에게 문제가 생겼다. 그 부모는 아이를 사랑하지 않았을까. 방법이 잘못된 것이다. 그 모든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사랑은 사랑이었으나, 그 사랑이 아이가 편안하고 건강하게 자라도록 하기 위한 도움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럴 때 부모는 ‘아, 나는 공부를 이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구나. 아이가 공부를 잘 못하면 나중에 인생이 실패할 거라고 생각하는 면이 나한테 있구나’ 이렇게 나를 보는 과정으로 가야 한다.
어떤 아이가 신장이 하나인 채로 태어났다. 부모 탓이 아니다. 그런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아이를 키우고 돌보고 도와주고 성장시키는 것이 부모가 해야 할 역할이다. 부모는 아이가 병원에서 항생제를 먹어야 될 때, “이 아이는 신장이 하나밖에 없습니다”라는 말을 꼭 해야 한다. 먹을 것을 챙길 때도 소금이나 나트륨이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어떠한 문제를 가진 아이라도 필요한 것은 ‘부모의 탓’이 아니다. 부모의 역할이다. 부모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아이를 잘 파악해서, 혹은 부모 자신을 잘 파악해서, 아이를 잘 키우려면 부모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대체로’ 반성할 줄 아는 부모들은 아이의 문제에 있어서 그래도 희망적이다. 그 반성하는 마음으로 본인이 조금만 바뀌면 아이는 많이 좋아진다. 부모가 많이 바뀌면 아이에게는 기적이 일어난다. 아이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회복한다. 아이가 어릴수록 더욱 그렇다. 그래서 부모는 중요한 사람들인 것이다. 좌절하고 괴로워하는 그 시간과 마음의 에너지만큼 앞으로 나갔으면 좋겠다. 끝까지 사랑으로 최선을 다해서 키울 사람은 부모다. 하나라도 개선해 보려고 문턱을 넘고, 문을 두드린 것, 그것이 당신 안에 있는 엄청난 사랑이라는 것을 꼭 기억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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