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어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변 장관의 사의를 전해 듣고 “(LH 사태와 관련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사실상 사의를 수용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변 장관 주도로 추진한 공공주도형 주택공급 대책과 관련한 입법의 기초 작업까지는 마무리해야 한다”고 말해 한동안 장관직을 수행토록 할 것으로 보인다. 후임 장관 물색에 걸리는 시간 등을 고려하면 변 장관의 실제 사퇴 시점은 4월로 늦춰지는 분위기라고 한다. 이렇게 어정쩡한 상태로는 LH 투기 조사와 LH 개혁 등에 혼선이 빚어질 뿐이다.
변 장관 사의 표명도 이미 늦은 감이 있다. 정부합동조사단이 그제 내놓은 1차 조사 결과에 따르면 그가 LH 사장으로 있던 2019년 4월∼2020년 12월 사이 LH 직원 11명이 신도시 땅을 매입한 게 확인됐다. 의혹이 제기된 직후 “개발정보를 미리 알고 땅을 산 건 아닐 것”이라고 한 그의 발언은 결국 관리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LH 직원의 투기를 옹호한 꼴이 됐다. 그가 장관으로 있는 국토부가 1차 조사의 실무를 맡으면서 조사의 객관성에도 돌이키기 힘든 흠집이 생긴 상태다.
사실 변 장관의 낙마는 이번 LH 투기 의혹이 불거지기 전인 지난해 12월, 문 대통령이 장관 임명을 강행할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그가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으로 있던 2015∼2017년 SH는 국가권익위원회 종합청렴도 평가에서 3년 연속 최하위 5등급을 받았다. LH 사장 시절엔 한 달 평균 7.4일만 경남 진주의 본사로 출근해 직원들의 눈총을 샀다. 한 부처를 이끌 만한 관리능력이 없다는 사실이 오래전에 입증된 것이다. 공직자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교양이나 도덕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끊이지 않았다. SH 사장 시절인 2016년 광진구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와 관련해 “걔(사망자 김군)만 조금만 신경 썼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될 수 있었는데…”라고 말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여권은 변 장관이 물러나도 ‘변창흠표 공급대책’만은 밀어붙이겠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공공 주도 공급의 중심인 LH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 무리하게 정책을 강행한다면 민심의 후폭풍이 만만찮을 것이다. 철저하고 폭넓은 수사로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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