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칫국 마시는 野 단일화 협상, 유권자 인내 시험하려 드나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15일 03시 00분


야권의 4·7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 측이 어제 개최하려 했던 서울시정 비전발표회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측이 “합의되지 않았다”며 반발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이달 12일 두 후보 측의 세 번째 실무협상에선 단일후보를 결정하기 위한 여론조사와 토론회 방식 등을 놓고 의견이 맞서는 등 험악한 분위기였다고 한다.

오, 안 후보는 17, 18일 여론조사를 실시한 뒤 후보등록 시한인 19일 단일후보를 발표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여론조사 방식에 대해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오 후보 측은 서울시장 적합도와 경쟁력을 함께 묻는 절충형 질문을 제시했고, 안 후보 측은 경쟁력 조사를 고수했다고 한다. 신경전이 치열해지자 협상팀 일각에선 실무협상 무용론까지 제기됐다. 오, 안 후보는 어제 단일화 협상 재개에 한목소리를 내고 갈등 봉합에 나섰지만 협상 전망은 여전히 유동적이다.

이처럼 양측이 한 치의 양보 없이 맞서는 배경엔 오, 안 후보 가운데 누가 나와도 여야 양자 대결에서 유리하다는 일부 여론조사 결과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여론조사 결과가 본선에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더욱이 양자 대결을 전제로 한 여론조사와 오, 안 후보가 다 나오는 삼자 대결 결과는 전혀 다를 것이다. 오, 안 후보는 여권발(發) 반사이익에만 기댈 생각을 버리고 야권 후보 단일화의 초심을 돌아봐야 한다.

지금 부동산 대책 실패와 오만한 여권에 민심이 등을 돌렸다고 해서 야권이 자동으로 그 민심의 수혜자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오, 안 두 후보가 대승적 결단 없이 ‘내가 아니면 안 된다’ 식으로 벼랑 끝까지 가는 진흙탕 싸움을 벌인다면 민심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실무협상이 자칫 감정싸움으로 번지면 단일화가 되더라도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필요하면 의견 조정이 쉽지 않은 실무협상에만 기대지 말고 두 후보가 직접 담판을 짓는 방식도 검토해야 한다. 민심은 무한정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김칫국#단일화#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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