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의 4·7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 측이 어제 개최하려 했던 서울시정 비전발표회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측이 “합의되지 않았다”며 반발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이달 12일 두 후보 측의 세 번째 실무협상에선 단일후보를 결정하기 위한 여론조사와 토론회 방식 등을 놓고 의견이 맞서는 등 험악한 분위기였다고 한다.
오, 안 후보는 17, 18일 여론조사를 실시한 뒤 후보등록 시한인 19일 단일후보를 발표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여론조사 방식에 대해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오 후보 측은 서울시장 적합도와 경쟁력을 함께 묻는 절충형 질문을 제시했고, 안 후보 측은 경쟁력 조사를 고수했다고 한다. 신경전이 치열해지자 협상팀 일각에선 실무협상 무용론까지 제기됐다. 오, 안 후보는 어제 단일화 협상 재개에 한목소리를 내고 갈등 봉합에 나섰지만 협상 전망은 여전히 유동적이다.
이처럼 양측이 한 치의 양보 없이 맞서는 배경엔 오, 안 후보 가운데 누가 나와도 여야 양자 대결에서 유리하다는 일부 여론조사 결과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여론조사 결과가 본선에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더욱이 양자 대결을 전제로 한 여론조사와 오, 안 후보가 다 나오는 삼자 대결 결과는 전혀 다를 것이다. 오, 안 후보는 여권발(發) 반사이익에만 기댈 생각을 버리고 야권 후보 단일화의 초심을 돌아봐야 한다.
지금 부동산 대책 실패와 오만한 여권에 민심이 등을 돌렸다고 해서 야권이 자동으로 그 민심의 수혜자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오, 안 두 후보가 대승적 결단 없이 ‘내가 아니면 안 된다’ 식으로 벼랑 끝까지 가는 진흙탕 싸움을 벌인다면 민심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실무협상이 자칫 감정싸움으로 번지면 단일화가 되더라도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필요하면 의견 조정이 쉽지 않은 실무협상에만 기대지 말고 두 후보가 직접 담판을 짓는 방식도 검토해야 한다. 민심은 무한정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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