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왕손과 메건 마클 왕손빈 부부의 미국 방송 인터뷰가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악의 가득 찬 인터뷰”라는 주장과 “왕실의 인종차별 관행을 속 시원하게 지적했다”는 의견이 강하게 맞붙고 있습니다. 미국은 마클의 폭로가 불러일으킨 이번 혼란을 은근히 즐기고 있습니다. 인터뷰의 최종 승자는 “마클도 영국 왕실도 아닌 CBS(방송사)와 오프라 윈프리(인터뷰 진행자)”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The narrative about making Kate cry was the beginning of a real character assassination.”
마클은 2018년 결혼식 때 손윗동서인 케이트 미들턴(캐서린) 왕세손빈이 신경질을 부려 자신이 눈물을 흘렸는데 영국 언론은 그 반대로 보도했다고 주장합니다. 자신과 미들턴에 대한 영국 언론의 차별대우를 ‘인격암살(character assassination)’이라고 비난합니다. 인격모독이 아니라 완전히 말살 수준이라는 것이죠.
△“We also have concerns and conversations about how dark his skin might be when he‘s born.”
“아들이 태어났을 때 피부색이 얼마나 어두울지에 대한 염려와 논의가 있었다.” 화제가 된 마클의 왕실 인종차별 발언입니다. 왕실 비판이지만 주어를 ‘우리’라고 하고 시제를 현재형으로 쓰는가 하면 ‘염려’와 ‘논의’라는 중립적인 의미의 단어를 반복합니다. 발언의 파장을 예감하고 상당히 ‘수위 조절’을 한 흔적이 보입니다. 하지만 ‘피부색’ ‘검은’ 등 폭발력이 큰 단어들이 나오니까 윈프리가 정색을 하며 “지금 뭐라고 했냐”고 반문하죠.
△“I think she saw it coming.”
윈프리는 해리 왕손에게 고인이 된 어머니 다이애나 왕세자빈 얘기를 꺼냅니다. 영국이나 미국에서 아직 다이애나 빈에 대한 향수가 강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죠. “왕실의 특권을 포기하고 미국에서 살기로 한 결정에 대해 엄마가 어떤 반응을 보였을 것 같냐”고 묻습니다. 해리 왕손은 “엄마도 예감했을 것”이라고 답합니다. 자신의 결정이 즉흥적인 것이 아니라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단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은 것이죠. ‘see it coming’은 ‘오는 것을 보다’, 즉 ‘직감하다’라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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