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17일 함께 방한하는 것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 및 동아시아의 다른 친구 등 동맹국과의 관계에 두는 중요성을 반영한다. 두 장관은 1월 말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으로 일본에 이어 서울에 도착한다. 외교안보를 담당하는 두 최고위 당국자가 첫 해외 방문 대상으로 아시아를 선택하고 한국과 일본에서 상대국을 만나는 것은 바이든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지역 접근에 있어 동맹국들이 최우선임을 보여주는 분명한 신호다.
이번 동북아 순방은 바이든 행정부의 아시아태평양 접근 방식을 구체화하는 또 다른 두 개의 중요한 회담 사이에 벌어진다. 12일 바이든 대통령은 ‘쿼드(Quad)’ 국가인 일본, 호주, 인도의 동료 지도자들과 화상 정상회담을 했다. 역내 민주주의 국가 지도자들이 모이는 이 비공식 그룹은 권위주의 열강의 도전을 받고 있는 지역에서 공동의 이익을 어떻게 증진시킬 수 있는지 논의하기 위해 지난 몇 년간 외교장관급 회담을 몇 차례 진행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초기 이 협의체가 정상급으로 격상됨으로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보급 같은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협력을 통해 위상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동료 민주주의 국가로서 한국은 쿼드 국가들과 많은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으며, 쿼드 활동이 본격화됨에 따라 이 새로운 그룹과 어떤 관계를 맺을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장관들의 서울 방문 직후에는 더 중요한 회의가 열린다. 블링컨 장관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함께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중국 측 인사들과 만나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초기 국가안보전략 지침을 발표하면서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주요한 경쟁국이자 잠재적인 안보 도전이 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블링컨 장관 등은 중국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우려를 상당 부분 공유하면서도 미국의 대중(對中) 접근의 중심에 동맹국과의 협력을 두겠다고 공약했다. 블링컨-오스틴 장관의 동북아 순방은 쿼드 정상회담과 함께 미국의 이런 약속의 이행을 보여준다. 그들은 중국과의 첫 고위급 접촉 전 동맹국들의 의견을 확실히 들을 수 있도록 시간을 맞췄다.
두 장관은 일본에 이어 서울에서 중국 등 각국 지도자들과 주요 현안을 논의하고, 카운터파트인 외교·국방장관과 ‘2+2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동맹국들 간에 열리는 이번 2+2 회담은 외교적, 군사적 요인이 모두 동맹 관리 및 양국 전략계획에 포함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도쿄와 서울에서 북한은 중요한 의제가 될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에 착수하는 한편 대북 접근법을 결정하기 전에 동맹국들의 견해를 모색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일본과 한국에서의 연이은 회담은 미국의 정책 검토에 귀중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며, 이 중요한 문제의 논의에서 3국 간 연대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서울에서 두 장관은 미군의 한반도 주둔을 지원하면서 서로의 협력을 증진시키기 위한 새로운 방위비분담금협정(SMA)과 관련해 환영할 만한 발전을 보여줄 것이다. 1990년대 초반부터 한국은 주한미군과 시설 유지에 드는 현지 비용을 부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미국은 오랫동안 일본에서도 비슷한 협정을 맺어 왔다. 이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 기존 수준을 훨씬 웃도는 분담금 증액을 한국에 요구하면서 큰 논란이 됐다. 비용 분담을 둘러싼 (협상의) 장기 교착 상태는 군사협력에 영향을 미치고 동맹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약화시키고 있었다. 양측 모두에 중요하면서도 받아들일 수 있는 인상률을 요구하는 6년 단위의 빠른 협상은 우리 공동의 방위에 대한 상호 존중과 헌신의 중요한 표시이다.
국가안보 고위 관리들의 이른 방문은 한국이 바이든 행정부에 중요하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 중국과 북한 같은 중대한 문제에 대한 정책 조율은 지속적인 관심을 필요로 하겠지만 오랜 기간 계속돼 온 방위비분담금 분쟁의 조기 해결은 한미 동맹을 다시 견고한 토대 위에 올려놓는 중요한 첫걸음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