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관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장관의 수사지휘서 지적을 겸허히 수용해 대검 부장회의를 신속히 개최해 재심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범계 법무장관이 그제 ‘한명숙 전 국무총리 재판 과정에서 검사가 증인에게 허위 증언을 시켰다’는 모해위증 의혹 사건과 관련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것을 받아들인 것이다.
대검은 5일 연구관들의 토론을 거쳐 이 사건 관련 증인과 검사들을 기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감찰부장과 임은정 검사가 최종 판단에 참여하지 않은 채 (검찰이) 결론을 내렸다”며 대검 부장회의에서 다시 심의하라고 지시했다. 다만 조 권한대행은 “부장들만의 회의로는 공정성을 담보하기 부족하다”며 일선 고검장들도 회의에 참여시키겠다고 했고, 박 장관은 수용했다.
헌정 사상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는 총 8건이 있었다. 1949년 검찰청법 제정 이후 2005년에야 처음으로 수사지휘권이 발동될 만큼 수사지휘권 행사는 자제돼 왔다. 하지만 지난해 추미애 전 장관은 라임자산운용 로비 의혹 등과 관련해 6건의 수사지휘를 쏟아내면서 검찰과 갈등을 빚었다. 박 장관 역시 취임 두 달도 안 돼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 검찰이 종결 처리한 사건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검찰청법에는 검찰총장이 검찰사무를 총괄하고, 법무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해선 검찰총장만 지휘·감독할 수 있도록 역할을 구분했다. 이는 검사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보장하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 입법 취지를 감안하면 법무장관의 수사지휘는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현 정부 들어 남발되고 있다. 더욱이 역대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법무장관들은 모두 정치인 출신이다. 법무장관이 사사건건 수사·기소에 관여하면 법무부와 검찰의 경계가 무너진다. 그럴수록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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