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종부세 주택 5.6배 증가… 13년 제자리 ‘9억 원’ 기준 손봐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19일 00시 00분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19.1%나 오르면서 중산층의 1주택 보유자 가운데 새로 종합부동산세를 내게 된 이들이 급증했다. 종부세와 재산세 부담이 한꺼번에 늘면서 한 달 치 봉급을 세금으로 내게 된 이들도 적지 않다. 폭등한 집값 때문에 투기와 무관한 실수요자들까지 징벌적 보유세를 부담하게 된 것이 최근 현실이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13년간 변동이 없는 종부세 과세기준을 재검토할 때가 됐다.

1주택자 기준으로 종부세는 ‘공시가격 9억 원 초과’ 주택에 부과된다. 2006년 이후 ‘6억 원 초과’였던 기준이 2008년 1주택 보유자에 한해 9억 원으로 높아진 뒤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2008년 12월부터 2017년 4월까지 8년여 동안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14.6%(KB부동산리브온 기준) 오르는 데 그쳐 과세 대상에도 큰 변동이 없었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아파트 값이 폭등하면서 대상이 급증했다. 2008년 9만2200채(1.2%)였던 전국의 종부세 대상 아파트는 올해 51만5100채(4.5%)로 늘었다. 같은 기간 서울에선 8만4800채(6.5%)가 40만6200채(24.2%)로 증가했다. 4채 중 한 채가 종부세 부과 대상이 됐다. 정부가 시세 9억 원 이상∼15억 원 미만 공동주택은 2027년, 15억 원 이상은 2025년까지 시세의 90%로 공시가격을 높일 예정이어서 과세 대상은 더 빨리 늘어날 것이다.

종부세, 재산세는 미실현 이익에 부과되는 세금이어서 부담이 늘면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줄어 내수 경기 회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종부세 대상인 집 한 채를 갖고 있어도 별도 소득이 없는 은퇴자들은 늘어난 세금 낼 길이 막막한 게 현실이다.

소수 고가(高價)주택, 다주택 보유자만 과세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종부세가 다수의 중산층에게 큰 부담을 주고, 세금 부담이 1년 만에 40%씩 늘어나는 가구가 속출하는 건 결코 정상적인 상황이라고 할 수 없다. 소비 위축과 조세저항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기 전에 정부는 종부세 부과 기준을 현실화하기 위한 본격적인 검토에 착수해야 한다.
#종부세#공동주택#공시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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