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호텔이 2027년 문을 연다고 한다. 달나라의 장난인가 생각해 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구에 사는 인간들은 오래전부터 끝없이 기발하고 엉뚱한 생각들을 해왔고,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그 생각의 방향이 사고의 지평선을 넓혀 왔다. 그 결과로 새로운 신세계가 열리기도 했다.
우주에 만들어질 호텔 ‘보이저 스테이션’은 지상 500∼550km 높이 궤도에서 지구 주위를 돌 것이다. 우주개발회사 오비탈 어셈블리는 호텔에서 생활하는 사람을 위해 지구 중력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인공 중력을 만든다고 한다. 참고로 달의 중력은 지구 중력의 6분의 1이다. 인공 중력은 원심력을 이용해 만든다. 거대한 원형의 우주정거장을 회전시켜 그 원심력으로 중력을 만드는 것이다. 이런 원리를 제시한 사람은 콘스탄틴 치올콥스키로, 1920년대에 처음으로 우주정거장을 고안한 러시아 과학자다. 우주를 넘나들었던 그의 기발한 상상력이 100년이 지난 후 실현되는 것이다. 멋지지 않은가?
무중력 상태에서는 중력이 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인간을 포함한 모든 물체는 공중의 먼지처럼 허공을 떠돌게 된다. 중력을 느끼며 지구에서 살아온 인간으로서는 분명 혼란스러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예측하지 못했던 혼란한 상태를 즐기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것 아닐까. 그것도 우주로.
중력이 없는 곳에서 무게를 잰다면 질량을 가진 모든 물체의 무게는 0이 된다. 우주호텔에서 무게를 잰다면 당연히 6분의 1로 줄어들 것이다. 신체의 변화도 생겨난다. 상대적으로 뼈마디가 늘어나 키가 커지고 얼굴도 빵빵해질 것이다. 지구의 중력이 잡아당겼던 몸 구석구석을 우주호텔은 6분의 1만 잡아당기니 압력이 낮아져, 과장해서 말한다면 풍선처럼 늘어날 수도 있다. 무게가 줄어드니 지구에서보다 움직이는 데 힘이 덜 들 것이다. 무거운 물체를 쉽게 옮길 수 있고, 날쌘 다람쥐처럼 지구에서보다 훨씬 높이 공중점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재미있는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구에서만큼 힘을 쓰지 않고 일도 하지 않는다면 근육은 퇴화하고 만다. 그렇게 되면 근육이 슬금슬금 없어져 뼈만 남게 될 것이다. 마치 외계인처럼. 이 외계인이 지구에 돌아온다면 그 역시 무척 힘들 것이다. 더 강해진 중력 때문에 몸을 움직이는 데 더 큰 힘이 필요할 것이다. 아마 그 중력의 힘으로 땡땡한 피부가 쭈글쭈글해질 수 있고 다리가 짧아질 수도 있다. 마치 영화 ‘ET’ 속 주인공처럼.
그래도 우주호텔에 도착해 느낄 수 있는 것들은 분명 감동일 것이다. 지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마음. 암흑의 우주에서 유일하게 파랗게 숨 쉬고 있는 지구를 바라본다는 것은 어떤 마음일까? 그 지구에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고, 평범한 일상이 있고. 지구에서 살았던 의미를 가슴속 깊이 느낄 것이다. 또 ‘지구에 돌아간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될 것이다. 2027년이라니,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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