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LH 성과급’ 성난 민심에 公기관 평가 뒤늦은 땜질 개편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2일 00시 00분


공공기관들의 성과를 매년 평가하는 기획재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의혹 사태와 같이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은 공공기관 임직원에게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임직원 개인의 행위라도 관리책임이 있는 수장과 기관 전체에 공동책임을 묻는 쪽으로 경영평가 제도를 뜯어고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공공기관 평가 방식을 개편하는 건 임직원 수십 명이 신도시 땅을 산 LH가 2019년 윤리경영 부문에서 낙제점인 D등급을 받았는데도 종합점수는 A등급으로 평가돼 성과급까지 챙겼기 때문이다. LH 직원들은 평균 992만 원의 성과급을, 2019, 2020년 LH 사장으로 있던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총 1억9715만 원의 성과급을 받았다. 100점 만점 평가에 윤리경영 배점이 3점밖에 안 돼 벌어진 일로, LH 사태에 분노한 국민들로선 납득하기 어렵다.

정부가 공기업의 윤리경영 평가비중을 높이기로 한 건 늦었지만 당연한 조치다. LH 같은 공기업은 민간에 맡길 경우 사적 이익과 공적 이익이 부딪칠 수 있는 분야에서 국가권력을 일부 위임받아 독점적 지위를 누린다. 그런 만큼 공무원에 준하는 엄격한 윤리, 준법의식이 필요한데도 실제로는 미공개 정보 등을 활용해 개인적 이득을 챙기는 일이 수두룩했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공기업의 부패와 비효율을 사전에 예방해야 할 경영평가가 제 역할을 못 하고 오히려 기강 해이를 방치하고 키운 것이다.

정부는 현재 벌이고 있는 2020년도 LH의 경영평가에 이번 사태를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019년에 이미 다수의 의심스러운 토지거래가 있었던 만큼 당시 임원급과 부정에 연루된 직원에 한해서라도 지급한 성과급을 환수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LH처럼 윤리경영 D등급을 받고도 종합평가 A, B등급을 받은 공기업이 2018, 2019년에만 16곳이나 되는 만큼 이들에 대한 사후점검도 이뤄져야 한다. 부패·윤리 부문 최하위 평가를 받으면서 자리를 보전하는 조직의 장에게 관리책임을 물어 교체를 의무화하는 것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공공기관#민심#땜질 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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