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 설득에 필요한 건 주변 사람들의 용기[Monday HBR]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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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1955∼2011)의 작품으로 알고 있는 ‘아이폰’. 하지만 사실 잡스는 절대로 휴대전화를 만들지 않겠다고 몇 년이나 고집을 부렸던 사람이다. 스마트폰은 엔지니어들이나 쓸 만한 물건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럼에도 아이폰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애플 직원들이 인내를 가지고 끊임없이 잡스를 설득했기 때문이었다.

아이폰과 앱스토어를 비롯해 애플이 거둔 성공의 상당 부분은 이렇게 잡스가 입장을 바꾸도록 직원들이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잡스의 천재성을 칭찬하지만, 잡스의 마음을 돌린 사람들의 천재성 역시 칭찬받아 마땅하다. 잡스처럼 스스로를 과신하고, 고집이 세고, 자아도취가 심하고, 논쟁을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설득의 비법은 무엇일까.

설득의 첫 번째 장애물은 오만이다. 자만에 빠진 리더는 자신이 무언가를 모른다는 사실을 모른다. 이런 사람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서는 무지(無知)를 대놓고 지적하기보단 본인 스스로 자신의 지식이 얼마나 부족한지 깨닫게 하는 방법이 더 효과적이다.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개발하던 당시, 잡스는 시제품의 플라스틱 표면이 계속 긁히는 문제점을 발견하고 표면을 강화유리로 대체하기 위해 미국의 유리 제조회사 코닝의 최고경영자(CEO)를 애플 본사로 불렀다. 코닝 CEO인 웬들 위크스에 따르면 그 만남에서 잡스는 ‘나도 유리에 대해 알 만큼 안다’는 오만함에 가득 차 있었다. 심지어 위크스에게 유리 만드는 법을 가르치려 들기도 했다.

위크스는 반박하지 않았다. 그저 침착하게 “그렇다면 당신이 선호하는 방식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설명해주세요”라고 말했다. 기세등등하던 잡스는 위크스 앞에서 설명을 이어갈수록 자신이 유리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닫게 됐다. 바로 위크스가 바라던 틈이었다. 그제야 위크스는 “제가 과학적으로 설명을 좀 드리죠”라며 칠판 앞으로 나가 강화 유리의 성분을 간략히 설명했다. 이후 잡스는 위크스의 제안을 수락했고 그 결과 성공적으로 아이폰용 강화유리를 선보일 수 있었다. 아이폰이 출시된 날 위크스는 잡스의 메시지를 받았다. “도와주신 덕분에 성공했습니다.” 이 메시지는 위크스의 사무실 액자에 걸려 있다고 한다.

설득의 두 번째 장애물은 고집이다. 완고한 사람은 일관성을 미덕으로 여긴다. 일단 마음을 정하면 돌에 새긴 듯 바꾸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사람에게 끌을 건네주고 스스로 고치게 하면 생각이 한층 유연해진다.

애플TV 탄생 비화가 대표적 사례다. 애플의 엔지니어였던 마이크 벨은 1990년대 말 잡스에게 오디오 스트리밍용으로 별도 제품을 만들자고 제안했다가 비웃음을 샀다. 비디오 스트리밍을 제안했을 때도 잡스는 “어떤 ××이 비디오를 스트리밍하고 싶어 하겠냐!”라고 쏘아붙였다. 하지만 이미 상사의 성격을 잘 이해하고 있던 벨은 좌절하지 않았다. 벨은 “컴퓨터를 방마다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다른 기기에서 스트리밍을 할 수 있다면 엄청날 것”이라고 가볍게 말을 꺼냈다. 잡스는 여전히 회의적이었지만 그때부터 머릿속에 가능성을 그려보며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기 시작했고, 결국 개발을 허락했다. 이 프로젝트가 애플TV로 가는 길을 닦았다.

설득의 세 번째 장애물은 나르시시즘이다. 자기도취에 빠진 리더는 자신이 우월하고 특별하다고 믿으며, 틀렸다는 말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하지만 프레임을 적절히 짜면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도록 구슬릴 수 있다.

특히 칭찬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핵심은 설득하려는 주제와 관계없는 다른 측면을 칭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기애적 성향이 심한 리더가 내렸던 나쁜 결정을 번복해주기를 바란다면 그의 판단력을 칭찬하는 것보다는 창의력이나 유머감각을 칭찬하는 편이 더 낫다. 사람은 누구나 다양한 정체성을 갖고 있다. 나의 어떤 강점이 확고하다고 느끼면 마음의 문을 열고 다른 측면의 단점을 좀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조직에는 잡스처럼 강력하고 비전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 하지만 끈기 있게 잡스를 설득한 위크스나 벨 같은 사람도 필요하다. 리더가 자신의 신념에 대해 스스로 의문을 품을 능력이 부족하다면, 혹은 오만과 고집과 나르시시즘 성향이 있다면 주변 사람들이 용기를 내어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한국어판 2021년 3-4월호에 실린 ‘설득 안 되는 사람을 설득하는 법’의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애덤 그랜트 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경영대학원 조직심리학 교수

정리=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리더#설득#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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