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25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후보자 심사위원회를 열고 홍장표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을 포함한 3명을 후보로 추천했다. 연구회는 4월 중순경 이사회를 열어 3명 중 1명을 원장으로 선임할 예정이다. 홍 전 수석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소득주도성장(소주성)’을 설계하고 집행한 인물이다. 실패한 소주성 정책의 책임자 중 한 명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KDI 원장이 되는 것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홍 전 수석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7월 청와대에 들어가 소주성 추진을 주도했다. 소주성은 경제 성장을 혁신과 투자가 아니라 임금과 소득을 높임으로써 이룰 수 있다는 이론이다.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원인과 결과가 뒤바뀐 경제논리라는 지적이 많았다.
소주성 정책으로 최저임금은 2018년 16.4%, 2019년 10.9% 등 2년간 29%나 급격히 인상됐고, 자영업자들과 저소득층은 직격탄을 맞았다. 도·소매, 음식·숙박업 등을 중심으로 수십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시행 1년여 만인 2018년 중반에는 월 신규 일자리가 월 30만 명대에서 10만 명대 아래로 떨어졌다. 소득 분배도 악화됐다. 2019년 한국경제학회 등 55개 경제학회 공동학술대회에선 “소주성이 고용·소비·투자 등 경제 기초체력을 모두 훼손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KDI는 거시경제정책 연구 등으로 정부 경제정책 수립을 뒷받침하는 싱크탱크다. 그런데 홍 전 수석은 “소주성은 5년이고 10년이고 꾸준하게 추진해야 할 정책”이라고 말할 정도로 소주성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런 홍 전 수석이 KDI 수장으로 가게 된다면 국가 경제정책에 실패한 소주성 정책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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