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9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쓰레기’ ‘중증 치매’ 등 원색적인 막말 난타전이 벌어지고 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그제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지원유세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의 내곡동 땅 특혜 의혹을 겨냥해 “거짓말하는 후보, 쓰레기인가 아닌가. 쓰레기다”라고 했다. 이어 “쓰레기를 잘 분리수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귀를 의심케 하는 상스러운 막말이다. 아무리 선거가 급하다 해도 공개 장소에서 상대 후보를 쓰레기라고 비난해선 안 된다.
문재인 대통령을 ‘중증 치매 환자’에 빗댄 오 후보의 발언 논란도 민망하다. 오 후보는 2019년 10월 광화문 집회 발언이 다시 논란이 되자 “야당이 그 정도 말도 못 하나”라고 했다. 당내에서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오 후보는 “주택가격 오른 건 천추에 남을 대역죄”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공직 후보자로서 현직 대통령에 대한 모욕 논란에 휘말릴 필요는 없다. 정치 공방을 떠나 중증 치매 환자 가족의 심정도 헤아려야 한다. 적절치 않은 비유였다고 깨끗이 인정하는 게 옳다.
정치인의 말은 평소 인식의 반영이다. 남은 선거 기간 누가 더 수준 낮은 막말을 쏟아내는지에 승부가 갈릴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여야의 막말 대결이 거세지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남은 1년간 민생을 어떻게 잘 운영할지 등에 대한 정책 대결은 기대치에 못 미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청년층에 대한 공약도 부실하다. 두 후보가 무이자 대출 공약이나 월세 지원 등 청년들의 어려움을 잠시 덜어주는 공약은 내놓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일자리 창출 공약은 선언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
박, 오 후보는 오늘 밤 첫 TV 토론에 나선다. 시민들의 관심사는 “누가 더 잘 싸우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준비돼 있느냐”일 것이다. 아직 어느 후보를 지지할지, 투표장에 갈지 정하지 못한 유권자도 적지 않다. 이들은 ‘매의 눈’으로 두 후보의 자질과 역량, 비전과 정책을 지켜볼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