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27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북한 도발에 상응하는 대응’을 경고한 데 대해 “우리 자위권에 대한 노골적인 침해이자 도발”이라고 비난했다. 리병철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명의의 담화는 “미국 새 정권이 첫 시작을 잘못 떼었다”며 “앞뒤 계산도 못 하고 아무 말이나 망탕 하는 경우 좋지 못한 일을 마주하게 될 수도 있다”고 추가 도발을 위협했다. 미국 백악관은 대북정책 재검토와 관련해 “마지막 단계에 들어섰다”고 거듭 확인했다.
북한의 반발은 미국 새 행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써먹던 도발 패턴이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완성이 막바지에 들어선 만큼 ‘미국 새 정권’의 대응을 떠보고 선제적 압박으로 향후 북-미 관계에서 유리한 입지를 찾겠다는 계산에서다. 앞으로 협상 테이블에 앉더라도 ‘자위권에 속하는 정상적인 무기시험’은 논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못 박아두겠다는 의도지만, 늘 그랬듯 그런 협박이 통할 리는 없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의 거친 말폭탄과 무력시위 도발에도 일관되고 절제된 ‘원칙 외교’로 대응하고 있다. 가급적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동맹·파트너와의 공동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도 북한 도발에 맞선 ‘상응한 대응’을 천명하면서도 ‘비핵화 외교’를 언급하며 대화의 문을 열어뒀다. 즉흥적인 트위터 응수와 군사옵션 지시로 긴장을 더욱 끌어올리던 전임 대통령과 사뭇 다르다.
그 대신 바이든 행정부는 국제규범과 다자협력 원칙에 따라 유엔 차원의 대응에 나섰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로 직행하기보다는 먼저 그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소집을 요구했고, 자연스럽게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한 전문가 패널의 조사 개시라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조만간 안보리 비공개 전체회의도 소집될 것이라고 한다. 차분하고 촘촘하게 ‘질서 파괴자’를 압박해가는 절제의 리더십 외교인 셈이다.
북한은 이런 바이든식 자제의 외교를 오판해선 안 된다. 바이든 외교안보팀은 그동안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전략적 인내’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강조해왔다. 대북 인내가 방관 또는 무시로 흐르면서 핵능력만 키워줬다는 반성 아래 북핵 해결을 위한 대화와 압박 사이에서 폭넓은 옵션들을 아우르는 대북전략을 다듬고 있다. 북한의 망발은 그 선택의 폭을 좁히고 강경책으로 몰아가는, 북한 스스로 제 목을 조르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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