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그제 서울시장 보궐선거 TV토론에서 문재인 정부, 박원순 전 시장의 부동산 정책을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여당 관계자들도 연일 부동산 정책 실패를 사과하면서 관련 대책을 내놓고 있다. 김종민 최고위원은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한 정책을 냈지만 현실은 거꾸로 갔고, 집값과 전월세 값이 엄청나게 올랐다”고 말했다.
정부와 한 몸으로 부동산정책을 설계하고 최근까지도 그 정당성을 주장해온 여당이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을 보면서 어리둥절해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물론 진정성만 있다면 정책 잘못을 인정하고 고치려는 것은 전혀 나무랄 일이 아니다.
여당은 일부 정책에 대해서는 수정 의사도 밝히고 있다. 홍익표 정책위의장은 장기 무주택자,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한 총부채상환비율(DTI),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 완화 방침을 내놨다. 정부 여당이 부동산 투기와 아무 관련도 없는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 꿈까지 막아버리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있었던 만큼 바람직한 정책 전환이다.
문제는 여당이 얼마나 진지한 의지와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갖고 있느냐는 것이다. DTI, LTV 규제 완화와 관련해 홍 의장은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당정협의가 안 되고 있다”며 시행 시점을 정확히 밝히지 못했다. 박 후보도 전날 강남지역 유세 때 “공공과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참여형 (재건축, 재개발) 모델’을 만들겠다”고 했으나 이 모델이 기존 공공주도형과 어떻게 다른지 분명히 설명하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선거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증세와 규제를 통한 수요억제, 관제(官製) 주택공급 등 4년간 밀어붙인 정책으로 복귀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작년 4·15 총선 때에도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과 강남지역 후보들이 1가구 1주택 실수요자의 종합부동산세 부담 완화를 약속했지만 선거 후 흐지부지된 바 있다.
시장을 불신하고 경제가 아닌 정치 이념의 논리로 부동산 문제를 풀려고 한 정부의 정책은 주택가격 폭등, 전세시장의 급속한 위축 등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이런 문제를 여당이 진심으로 인정하고, 1년 남짓 남은 임기 중 실패를 바로잡고자 한다면 먼저 청와대, 정부와 함께 방향 전환을 깊이 협의하고 원점부터 정책을 뜯어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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