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이 칼럼 자리를 통해 다문화 결혼에 대해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 글 덕분에 많은 호응의 문자를 받았다. 그리고 최근에는 ‘다문화 선배’라는 이름을 내세워 유튜브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다문화 결혼에 대해 좀 더 많이 쓰라는 요청을 받을 정도다.
필자의 다문화 결혼과 보통의 다문화 결혼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한다. 다른 점은 바로 필자는 결혼하기 전에도 한국에서 나름의 생태계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아내가 없을 때도 한국에서 살고 있었고, 한국에서 살 계획이었다. 그리고 처가 식구들 말고도 거의 가족처럼 지내는 한국인들이 무척 많다. 어느 정도냐면, 결혼식 때 장모 장인이 놀랄 만큼 많은 한국인 지인이 찾아왔을 정도였다. 이러니 아내는 나를 외국인으로 여기지 않을 정도다. 그러나 내 경험은 일반적인 다문화 결혼과는 차이가 많다.
해외에서 유학 중에 만났거나, 아니면 관광하다 알게 됐거나, 지인의 소개로 결혼한 사연이 많다. 그런 경우 외국인 사위나 며느리는 결혼을 매개로 한국에서 살게 되는 일이 대다수다. 다시 말해, 다문화 결혼의 대다수는 남편 혹은 부인이 없었다면 한국에서 정착해 살지 않았을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한국인들 간의 결혼과 무엇이 다르냐고 한다면 바로 상대의 심리라고 할 수 있다. 다문화 결혼에서 한국인이 자기 상대방을 배우자로 생각하면서 한편으로는 손님으로도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서로 의사소통의 기본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얼마 전 유럽계 남성과 결혼한 누나와 이야기하면서 느낀 게 있다. 그 누나는 필자에게 “아니, 알파고 얼마 전에 난 우리 신랑이랑 싸웠는데, 다음에 얘가 자기 방에 가더라고요. 근데 방에서 뭐하는지 슬쩍 봤더니, 울고 있더라고요! 이거 심리적으로 과잉반응 아니야? 아니면 우리 신랑이 너무나 예민한 스타일인가?”라고 물었다. 답이 바로 앞에서 설명한 부분에 담겨 있다. 필자는 바로 “누나가 없으면 그 형이 한국에서 살 사람인가? 그 형 입장에서 어떻게 보면 삶의 기본이 누나예요. 기본이 흔들리면 사람이 울겠죠!”라고 했다. 그 누나는 바로 이해가 된다고 했다.
다문화 결혼을 한 분들에게 몇 가지 말씀을 드리고 싶다. 대다수의 경우 상대방과 함께 지내기 위해 한국에서 살고 있다. 그러니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이분들이 한국에서 제대로 적응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구청의 김치 만들기 행사 참여보다는 상대의 취미 생활이나 관심 분야를 잘 파악해 한국에서 독립적으로 지낼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래야 부부 간 위기가 생겨도 이를 느끼는 정도가 약해질 수 있다.
또 다른 포인트는 향수(鄕愁)다. 다문화 결혼 가정의 대다수 사례를 보면 누구나 고향을 그리워하는 것이 기본적이다. 경제력에 따라 가족과 다 함께 고국을 방문하는 일이 있고, 그게 필요하겠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건 아니다. 그것도 필요하지만, 그보다는 한국에서 그 나라의 분위기를 만들어주자는 것이다. 예컨대 ‘주토피아’에서 오신 배우자라면 주토피아에서 유학했던 한국 청년이나 아니면 사업을 오래했던 한국인들과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 이들의 마음을 제일 잘 아는 한국인이 바로 그분들이다. 그리고 한국에 있는 주토피아 유학생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주한 주토피아 대사관 혹은 문화원 사람과도 든든한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향수병을 최소화해야 배우자가 심리적으로 더 든든해진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상대를 손님으로도 대우하자는 것이다. 우리 결혼이 일반적인 결혼과는 완전히 다를 것임을 인정해야 한다. 상대가 손님이니까, 부부 싸움을 하더라도 2∼3배 더 많은 상처를 받을 수 있다. 한국이 국제화되면서 다문화 결혼도 늘고 있다. 그 경험을 했던 분들의 목소리를 많이 들을수록 다문화 가정의 결혼생활에 더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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