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리스인 조르바’(1964년)에서 모범생처럼 반듯한 작가 바질(앨런 베이츠)에게 넉살 좋고 즉흥적이지만 삶의 지혜를 갖춘 중년 남자 조르바(앤서니 퀸)가 하는 말이다.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바질에게 조르바는 자신을 옭아매는 굴레를 과감히 벗어던지라고, 그래야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말한다. 주로 책을 통해 인생을 접하던 바질은 조르바를 통해 참삶에 대해 깨치게 된다.
지금도 이 영화를 생각하면 해변에서 두 남자가 춤을 추는 라스트 신이 떠오르고 그들의 자유로움과 환희가 생생하게 느껴진다. 자유란 개인의 삶에 있어서나 인류의 역사 발전에 있어서 참으로 소중한 가치다. 근대민주주의의 핵심은 자유이고, 이 자유는 이성과 지성에 의해 담보된다고 많은 철학자들은 주장해왔다. 그러나 ‘그리스인 조르바’에서는 감성이 극대화된 ‘광기’야말로 사람을 자유롭게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광기란 자신을 옭아매는 관습과 도덕, 나아가 사회적 제도까지 깰 수 있는 용기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 때로는 돈과 권력 앞에서 적당히 ‘오만’할 수 있는 삶의 자세라고 여기고 있다.
원작자 카잔차키스는 삶 전체에서도 자유라는 가치를 중시한 그리스의 대표 작가다. 크레타섬에 있는 그의 묘비에도 새겨져 있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나는 자유다.”
작금의 시대가 참으로 답답하다. 무엇보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대봉쇄시대(the great lockdown)’여서 불가피하게 이동, 모임, 경제활동의 제약 등으로 개인의 자유가 구속되기에 더욱 그렇다. 제약과 구속 없이 사는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닫는 지금, 카잔차키스의 자유가, 조르바의 광기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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