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7월 개막하는 도쿄 올림픽에 불참을 선언했다. 북한은 어제 체육성이 운영하는 조선체육 홈페이지를 통해 “악성 바이러스 감염증에 의한 세계적인 보건 위기 상황으로부터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하여”란 이유를 들면서 불참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도쿄 올림픽은 한일 간, 남북 간, 북-일 간 그리고 북-미 간 대화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며 도쿄에서 ‘평창 어게인’ 의지를 밝혔지만 사실상 무산됐다. 북한의 여름 올림픽 불참은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33년 만이다.
북한의 이번 결정은 올림픽을 계기로 한미일과 만나도 실익이 없다는 계산에서 나왔을 것이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체제 보장과 제재 완화다. 그런데 이것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새 대북정책이 나와야 가늠할 수 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달 18일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철회되지 않는 한 그 어떤 조미 접촉이나 대화도 이뤄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이번 결정은 이런 강경 기조를 이어간 것과 다름없다.
북한의 불참 선언은 동시다발적 대미 시위 성격이 짙다. 북한은 지난달 25일 평양에서 올림픽위원회 화상총회를 열어 이런 결정을 내렸다. 함경남도 함주에서 탄도미사일 두 발을 쏜 날과 같다. 게다가 북한은 국면전환용 이벤트의 필요성도 적어졌다. 이미 북-미 정상이 세 차례 만났다. 3년 전 평창 올림픽 때처럼 한국을 통해 미국에 접근할 필요도 없다. 북한은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봉쇄 상황과 열악한 의료 여건도 고려했을 것이다.
북한이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대화에 나설 가능성은 애초에 낮았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남북미일의 대화를 제안한 것은 ‘톱다운’을 통해 북핵을 비롯한 현안 문제의 대화 물꼬를 일거에 트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성이 부족했던 대화 제안으로 우리 입지만 좁아졌다. 이것은 바이든 행정부가 펼치는 동맹들과의 대북 압박 기조와도 거리가 있다. 일방적인 대북 구애는 이제 그만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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