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의 졸렬한 도시 개조… 전임들 잘하던 것까지 맥 끊어
7일 보궐선거는 권력 악용한 성범죄 응징하는 것
박원순 서울시장은 한 번은 잠수교에, 한 번은 광화문광장에 모래를 퍼날라 프랑스 파리처럼 서울 플라주(plage·해변)를 시도했다. 비가 와 두 번 다 망쳤다. 유럽의 여름은 가물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는 걸 잊었다. 거의 아무도 찾지 않는 돈의문 박물관 마을을 가보면 좀스러운 원순 씨를 느낄 수 있다. 그곳에서 철거된 카페와 맛집이 그리울 뿐이다. 서울역 인근의 고가인도(高架人道)인 ‘서울로’ 정도가 인정해줄 만한데 그마저도 최선의 개조였는지는 의문이다. 그의 어버니즘(urbanism)이 이런 수준이다.
광화문 일대는 단지 서울의 메인 스트리트가 아니고 대한민국의 메인 스트리트이다. 그곳 광장이 한쪽으로 찌그러져 개조되고 있다. 박 시장과 친한 몇몇 문화인들이 광화문 앞에 월대(月臺)를 복원해야 한다며 도로를 없애고 광화문 일대 전체를 광장화한다는 망상을 박 시장에게 불어넣었다. 그것이 현실성 없는 것으로 드러났으면 포기했어야 하는데 안 되는 걸 억지로 밀어붙인 반쪽짜리가 편측광장이다.
이해찬 씨는 서울을 천박한 도시라고 했다. 어떤 의미로 한 말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서울을 천박하지 않게 하려면 멀쩡한 광화문광장을 파헤칠 게 아니라 세종문화회관부터 뜯어고칠 생각을 했어야 한다. 세종문화회관은 유신 말기 정부 행사장으로 만든 곳으로 부분적 개조를 했음에도 음향이 좋지 않다. 서울 도심에 제대로 된 공연장 하나 없음을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는 게 천박하다면 진짜 천박한 것이다.
박 시장의 성곽 복원 사업은 유네스코 등재를 추진하면서 완고한 집착으로 흘렀다. 옛 한양 성곽은 군사적 성벽이라기보다는 사람들이 함부로 드나드는 것을 막는 담 같은 것이었다. 유럽의 도시들에는 해자까지 갖추고 감시탑만 수십 개에 이르는 진짜 성벽이 있었지만 오늘날은 대부분 사라졌다. 이를 굳이 복원한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
한적한 곳에 성곽을 복원해 서울만의 독특한 둘레길을 만드는 것까지는 좋다. 문제는 사람 사는 주거지에서 성곽을 복원한답시고 개발을 막는 것이다. 복원한 성곽이 무슨 문화재적 가치가 있겠는가. 유네스코가 그런 걸 등재해줄 리도 없지만 외국 관광객들의 관심도 끌지 못할 걸 등재해서 박 시장 실적이 되는 외에 무엇에 도움이 되는지 알 수 없다.
옛 굴레방다리 인근의 아현동 일대와 모래내시장 뒤쪽의 남가좌동은 작부들의 맥양집(맥주양주집)이 즐비한 곳이었다. 그곳이 뉴타운 사업으로 상전벽해해 아파트촌이 됐다. 뉴타운 사업은 2002년 이명박 서울시장 때 시작됐다. 2005년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활력을 얻었으니 노무현 정부와 당도 그 사업에 큰 기여를 한 셈이다. 이런 뉴타운 사업이 박 시장 재임 9년 동안 줄줄이 중단되거나 지연됐다.
창신동과 숭인동은 광화문에서 아현동과 남가좌동의 반대 방향으로 딱 그 정도의 좋은 위치에 있지만 낙후돼 있다. 박 시장이 동대문 의류시장 수선집 주인들을 부추겨 뉴타운 개발을 막았다. 박 시장 밑에서 서울주택공사(SH) 사장을 하던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뉴타운 대신 도시 재생이란 걸 했는데 900억 원을 들여 했다는 게 고작 계단 손잡이 수리하고 벽에 페인트칠하는 정도였다. 현재 노후화가 심각해 주민들이 점점 더 떠나면서 폐가가 속출하고 있다.
박 시장은 2019년 서울시 산하 교통방송에서 공정성이라곤 ‘일(一)도 없는’ 뉴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김어준 씨의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언론의 자유는 보호받을 자격이 있는 언론에만 해당한다”고 말했다. 말짱히 이런 말을 하고 듣는 자들의 정신세계가 궁금하다.
물론 시정(市政)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이것만은 분명히 했으면 한다. 이번 보궐선거는 윤석열 씨가 간명히 정리한 대로 ‘권력을 악용한 성범죄 때문에 막대한 국민 세금을 낭비하게 된 선거’다.
오늘은 ‘공소권 없음’으로 인해 못 한 박 시장의 성범죄에 대한 응징을 선거로 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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