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선에서 참패한 더불어민주당이 당의 진로를 놓고 자중지란에 빠져들고 있다. 당 지도부가 그제 총사퇴하고 도종환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졌으나 비주류 측에선 “특정 진영 수십 명 모임의 대표 역할을 하고 있는데 국민이 쇄신의 진정성을 인정해 주겠느냐” “국민을 바보로 보냐고 생각할 것이다”는 비판이 나왔다. 도 위원장이 친문 성향 의원들이 주축인 ‘민주주의 4.0 연구원’ 이사장임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자 친문 의원들이 “민주당에 계파가 어디 있느냐”고 맞서면서 비대위 구성을 놓고 고성이 오갔다고 한다.
민주당은 “철저하게 성찰하고 혁신하겠다”고 했지만 참패 원인에 대한 진단을 놓고도 티격태격하고 있다. 2030 초선 의원들이 조국 사태에 반성하며 “검찰개혁이 국민 공감대를 잃었다”고 하자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을 추진해온 김용민 의원은 “국민은 검찰개혁에 지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다른 친문 의원은 “중도층 눈치를 본다며 개혁을 게을리한 잘못이 크다”며 검찰개혁 언론개혁 사법개혁을 강하게 밀고 나가야 한다고 했다. 당원게시판은 “편향된 언론에 놀아나 부패한 것들에 참패당했다”는 강경 친문 지지자들의 비난 글이 넘쳐나고 있다.
4·7 재·보선의 민의는 복잡하지 않다. 부동산 정책 실패와 노골적인 검찰 압박에서 드러난 집권세력의 무능과 오만, 청와대 정책실장의 전셋값 선제 인상 등 내로남불 행태, 편 가르기 정치에 대한 염증이자 분노였고 심판이었다. 재·보선 패배의 원인을 스스로에게서 찾으려 하지 않고 언론 탓을 하며 강경 지지층의 눈치만 볼 경우 국민 신뢰를 다시 얻기란 난망한 일이 될 것이다.
민주당이 이번 참패를 추스르고 재집권 기반을 다지려면 2030세대와 중도층의 마음을 얻는 길밖에 없다. 문자폭탄과 악성 댓글로 집권 여당의 정치적 판단에 영향을 미쳐온 강경 친문 지지층과는 선을 그어야 한다. “강성 지지층한테 끌려 다니면 당이 오그라들게 돼 있다. 그들의 언어폭력은 중도가 밥맛 떨어지게 하는 것”이라는 유인태 전 정무수석의 지적을 되새겨야 한다. 이들이 민주당을 고립시킬 뿐 아니라 정치 자체에 대한 혐오감을 불러일으킬 때가 많기 때문이다.
민주당 초선 의원들은 어제 “강성 지지층만 의식해 제대로 된 소신 있고 용기 있는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고 반성했다. 이들이 떼로 몰려다니며 심지어 공천에까지 영향을 미치니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들에게 휘둘리지 않는 소신파가 결국 민주당의 미래를 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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