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의 초당적 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가 15일 대북전단살포금지법과 북한 인권 문제를 논의하는 청문회를 연다. 이를 앞두고 통일부 차덕철 부대변인은 9일 정례 브리핑에서 “의결 권한이 없는 등 한국 청문회와 성격이 다르고 정책 연구모임 성격에 가까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 하원 고위 관계자는 10일 한미 언론을 통해 “청문회를 깎아내리려는 정치적인 묘사”라고 비판했다.
정부 당국자가 공개 석상에서 미 의회의 청문회에 대해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는 취지로 발언을 한 것은 오해를 부를 수 있는 부적절한 언사다. 2008년 미 하원 조직으로 공식 출범한 이 위원회에 법안 의결과 같은 입법권이 없는 것은 맞다. 하지만 이 위원회의 보고서와 청문회, 인권옹호 활동은 그동안 미 행정부와 의회의 인권 증진 활동에 막대한 영향을 끼쳐왔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위원회의 영향력은 쏙 뺐다.
정부가 의결권 부재를 새삼 거론한 것은 청문회 김 빼기 시도와 다름없어 보인다. 게다가 미 의회의 반발까지 부른 것은 외교적인 사고에 가깝다. 결국 김일성 생일에 열리는 청문회가 북한을 자극할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는 속내를 내비친 것이다.
애초에 이런 청문회는 우리가 먼저 열었어야 하는 게 맞다. 헌법상 북한 영토는 우리 땅이고, 북한 주민은 우리 국민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불참하고 대북전단금지법은 강행했다. 북한인권법은 사실상 외면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이제는 미 의회 청문회의 의미마저 줄이려고 하니 북한의 대변인이냐는 비판을 듣는 것이다.
미국은 북핵과 인권을 강조하며 새 대북정책을 가다듬고 있다. 의회에서 초당적인 대북 인권 청문회가 열리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정부가 보편적 가치인 인권에 저자세를 이어가다간 동맹 간 다른 목소리가 증폭될 수밖에 없다. 그럴수록 한미가 합의한 ‘완전히 조율된 대북 전략’에는 균열이 불가피하고, 북핵 해결은 더 멀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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