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2년 차인 올해 등교수업이 확대되면서 그동안 원격수업에 가려졌던 학력 저하의 실상이 드러나고 있다. 동아일보와 한국교총이 최근 전국 초중고 교사 96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0명 중 7명은 현재 학생들의 기초학력 수준이 코로나 이전 학생들보다 떨어졌다고 응답했다.
교사들이 전하는 기초학력 저하의 실태는 놀랍다. 수도권의 한 초등학교에선 덧셈 뺄셈도 못하는 3학년 학생들이 나왔고 영어 기초학력 미달자는 배로 늘었다고 한다. 어떤 중학교에서는 ‘내 이름은 ○○이다’를 영어로 써내지 못하는 신입생이 16%나 됐다. 고3 모의고사 평균 성적이 80점에서 65∼70점으로 떨어졌다는 학교도 있다.
코로나로 정상적인 등교수업이 이뤄지지 않은 탓이 크지만 부실한 원격수업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온라인 교육 플랫폼은 올해도 접속 지연을 포함한 갖가지 오류를 쏟아냈다. 일부 교사들의 시간 때우기 식의 무성의한 수업에 대한 불만도 여전하다. 학력 저하 문제가 지난해부터 제기됐는데도 누구 하나 책임 있게 나서는 기관이 없다. 교육부는 교육청 소관이라 미루고, 교육청은 교사 추가 파견으로 할 일 했다는 식이며, 일선 학교는 방역 부담으로 여력이 없다고 한다.
학력은 한 번 뒤처지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만회하기가 어렵고 졸업 후 경제적 기회의 손실로도 이어질 수 있다. 전반적인 원격수업 내실화는 기본이고 기초학력 미달자들을 위한 내실 있는 보충교육을 서둘러야 한다. 최근 시행한 초1∼고1 기초학력 진단검사 결과를 토대로 정확한 학력 실태부터 파악해야 한다. 영국에선 코로나로 뒤처진 학생들을 구제하기 위해 전후 복구 수준에 해당하는 대대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우리도 최소한 의무교육에 해당하는 초중학교의 학습 결손에 대해서는 정부가 무한 책임을 지고 메워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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