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어제 각료회의를 열어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오염수 125만 t을 바다에 방류하기로 공식 결정했다. 앞으로 2년간 준비를 거쳐 20∼30년에 걸쳐 방출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결정에 당장 일본의 어민과 전문가, 시민단체들은 강력 반발했다. 우리 정부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조치”라며 강한 유감을 나타냈고, 중국 외교부도 “지극히 무책임하고 일방적인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은 내년 가을이면 오염수 저장탱크가 가득 찰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더는 늦출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지만, 주변국과의 협의나 양해 없이 이뤄진 일방적 조치라는 점에서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방사성물질을 함유한 오염수의 방류는 해양 환경과 주변국 안전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국제법상 이를 최소화하고 정보를 공유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도 일본은 오염수 방류 결정을 서둘러 강행했다.
일본은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방사성물질을 걸러내는 만큼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ALPS로 처리해도 인체 내부에서 피폭을 일으킬 수 있는 트리튬(삼중수소)을 걸러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바닷물로 충분히 희석해 배출한다지만 불안을 해소하기는 어렵다. 일본 정부는 오히려 근거 없는 소문 때문에 생기는 이른바 ‘후효히가이(風評被害)’ 방지 대책에 신경 쓰겠다고 한다.
일본 정부는 정작 내부 반발조차 무마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 어민단체는 정부 설명에도 ‘절대 반대’를 고수했고, 정부 소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전문가는 “이웃 국가에 정중히 양해부터 구해야 한다고 했지만 정부는 오히려 강경한 자세”라고 비판했다. 태평양 건너 미국으로부터 ‘투명한 노력’을 칭찬받았다지만, 정작 최인접국 한국에는 어떤 외교적 노력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무책임을 넘어 오만하기 짝이 없는 행태다.
과거사를 둘러싼 갈등 속에서도 한미일 공조를 꾀해온 우리 정부로서는 또 다른 분쟁으로 가는 악재가 되지 않도록 강도 높은 외교적 대응은 자제하며 수위를 조절하는 분위기다. 오염수 방류는 양국 간 문제만이 아닌 국제 문제이자 국민 안전과 직결된 사안이다. 냉정하되 철저한 대응이 필요하다. 일본에 투명한 정보공개와 국제적 검증을 요구하는 한편 방사성물질 유입 감시, 원산지 단속 강화 등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범정부적 대응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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