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어제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안을 의결했다. 공직자가 직무 관련 정보나 지위를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는 것을 막는 내용의 법안이다.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 지방의원까지 약 190만 명이 적용을 받게 된다.
2013년 처음 관련 법안이 발의된 이후 8년 동안 논란만 벌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사건에 여야가 떠밀리듯이 논의에 나서면서 겨우 입법 궤도에 오르게 된 것이다. 법안은 직무 수행 중 알게 된 미공개 정보로 재산상의 이익을 얻을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하도록 하는 등 강도 높은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이해충돌방지법의 적용 대상에 사실상 국회의원은 빠진다고 한다. 지방의원 등 다른 공직자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는 특권적 발상이다. 2015년 김영란법(청탁금지법)을 처리하면서 적용 대상에서 국회의원을 제외해 비판을 받았던 국회가 이번에도 이해충돌방지법을 제정하면서 선출직이란 이유로 자신들은 슬그머니 빼는 꼼수를 부린 것이다.
여야는 이해충돌방지법을 ‘모법(母法)’으로 해 국회의원의 이해충돌 방지와 관련한 구체적인 조항을 국회법에 반영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는 의원들의 비리 의혹에 대해서도 ‘제 식구 감싸기’로 일관해온 것이 국민들이 봐온 국회의 모습이다. 또 이 핑계 저 핑계로 의원들은 쏙 빠지거나 실효성 없는 조항 몇 개 만들어놓고 끝내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여야는 LH 사건 이전에 손혜원 전 의원의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이나 박덕흠 의원의 피감기관 공사 수주 의혹 논란 등으로 국회의원 이해충돌 방지 여론이 들끓었던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국회의원들도 이번에 의결된 이해충돌방지법의 제재 수준과 동일한 조항을 적용받아야 한다. 다른 공직자들에겐 엄격한 감시 및 처벌 기준을 적용하면서 국회의원들 스스로는 ‘셀프 감시’ ‘셀프 징계’를 하겠다고 하면 누가 그 결과를 수긍할 수 있겠는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