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이 신임 원내대표가 되면서 그동안 맡아왔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에서 물러나야 한다. 여당 원내대표는 운영위원장을 겸직해야 해서 다른 상임위원장은 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야당은 공석이 될 법사위원장 인선을 계기로 지난해 원(院) 구성에서 여당이 독식하고 있는 18개 상임위원장 재배정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윤 원내대표는 “원 구성에 대한 협상 권한이 없다”며 재협상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지난해 마무리된 원 구성 협상에 의해 본회의에서 상임위원장 선출이 이뤄진 만큼 공석인 법사위원장만 선출하면 된다는 것이다. 결국 지금의 상임위원장 여당 독식 구조를 고수하겠다는 뜻이어서 추가 협상이 없다면 지금처럼 법사위원장도 여당 몫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식이면 여야가 또다시 강경하게 맞붙는 파행 국회가 예상된다.
여당의 상임위원장 싹쓸이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지금까지 국회가 그나마 어렵게 쌓아온 대화와 타협의 관행에 위배되는 잘못된 행태였다. 여당은 상임위원장을 독식하면서 야당과 진지하게 협상을 하는 대신 논란이 많은 법안들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상태에서 힘으로 밀어붙였다. 그 결과가 4·7 재·보궐선거에서의 여당 참패다. 여당이 이번에도 상임위원장 독식 구조를 고집하면 오만하고 독선적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여당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 또한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달 말에 야당 원내대표도 새로 선출된다. 여야 원내대표가 파행 국회를 정상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머리를 맞댈 수 있는 좋은 계기다. 여야가 협상을 피하거나 못할 의제는 없다. 지난해 일방적이었던 원 구성을 핑계 삼아 상임위원장 재배정 논의 자체를 거부하는 윤 원내대표의 발언이 군색해 보이는 이유다. 여야가 상임위원장 배정 논의를 다시 하는 것은 국회 정상화의 첫걸음이다. 이런 노력이 없다면 재·보선 참패 후 여당이 국민들에게 약속한 쇄신과 변화 의지는 빛이 바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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