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16일 워싱턴 정상회담에서 중국에 대한 견제를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두 정상은 인도태평양의 강력한 두 민주주의 국가로서 중국의 도전과 동·남중국해, 북한 문제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이를 위한 한미일 공조 강화도 천명했다. 또 5세대(5G) 통신망과 반도체 공급망, 인공지능(AI) 같은 기술 분야를 포함해 안보와 경제를 아우르는 포괄적 협력을 약속했다.
이번 미일 정상회담은 미국 외교의 최우선순위가 아시아로, 즉 중국 견제로 옮겨갔음을 거듭 확인시켜 준다. 미국은 이미 국무·국방장관이 첫 순방 외교를 일본 한국에서 시작한 데 이어 첫 대면 정상회담 상대도 일본을 선택함으로써 중국 포위망 구축을 위한 동맹 강화 의지를 확고히 보여줬다. 미일 정상은 안보와 경제를 넘어 기술과 인권·가치 분야까지 넓혀 전방위로 중국을 견제하기로 의견을 모았음을 과시했다.
한층 강화된 미일관계는 한 달 뒤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국은 한국에도 같은 수준의 중국 견제 노선 동참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데,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해온 한국의 딜레마는 커질 수밖에 없다. 중국은 당장 미일 정상이 민감한 대만해협 문제를 거론하자 “중국 내정을 거칠게 간섭한 것”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한국으로선 미국 쪽에 선 일본의 선택을 그저 남의 일로 바라보고만 있을 처지가 아닌 것이다.
미일 간 밀착은 조만간 나올 미국의 새 대북정책은 물론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미국의 중재 역할에도 일본의 입김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 스가 총리가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모든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의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 폐기)’를 언급한 것도, 방한한 존 케리 미국 기후변화특사가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미국이 끼어드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은 것도 쉽지 않을 한국 외교를 예고하는 듯하다.
정부로선 한미동맹을 중심에 두면서도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 척지지 않고 북핵도 협상으로 풀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미중 갈등이 격해질수록 어정쩡한 줄타기 외교로는 어떤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채 국외자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동맹과 한목소리도 못 낸다면 불신과 배척만 낳을 뿐이다. 국제 규범과 원칙에 따른 협력과 연대의 정신을 확인하면서 운신의 폭을 넓히는 지혜로운 동맹외교가 절실한 시점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