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기구인 언론중재위원회를 언론위원회로 확대 개편해 정부 산하에 두는 내용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어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됐다. 대표 발의자인 최강욱 의원 등 열린민주당 의원 3명과 더불어민주당 의원 9명은 가짜뉴스로 인한 피해 구제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독소 조항으로 가득하다.
언론중재위는 보도의 피해를 주장하는 쪽과 언론사 사이에서 다툼을 중재하는 준사법적 기구다. 전국 18개 중재부의 중재부장은 위원들의 호선으로 선출하는데 관행상 현직 부장판사들이 맡는다. 또한 법관 이외의 공무원이나 정당원은 중재위원이 될 수 없도록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중립성과 독립성을 위해서다.
그런데 개정안은 중재위를 문체부 소속의 언론위원회로 바꾸고 공무원은 중재위원이 될 수 없다는 조항도 삭제했다. 현행법상 위원장은 호선을 통해 선출하는데 개정안에는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 10명 이상 규모로 신설되는 상임위원도 문체부 장관이 위촉하거나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런 위원회가 언론사에 대해 강제성을 갖는 결정을 내리도록 하는 것은 정부가 언론을 쥐고 흔들겠다는 발상이다. 황희 문체부 장관도 개정안에 대해 “수용 곤란 의견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현행법상 90명의 위원은 법관, 변호사, 기자, 언론에 관한 학식이 풍부한 사람 등 4개 범주로 나누어 문체부 장관이 위촉하되 법관 변호사 기자가 전체의 60% 이상이 되도록 돼 있다. 그런데 개정안은 위원 규모를 120명으로 늘리고 이 세 범주의 비율을 43%로 낮췄다. 대신 인권과 언론 감시 활동 종사자라는 2개 범주를 추가해 29%를 차지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친여 성향의 시민단체를 끌어들여 정부의 눈 밖에 난 언론사를 손보겠다는 건가.
개정안에는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올 2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소속 여당 의원이 발의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도 포함돼 언론의 권력 비판과 사회 감시 기능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았던 제도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당장 철회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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