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선이 10개월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4년을 돌아볼 만한 시점이다. 대통령 지지율의 특징은 임기 동안 지속적으로 하락한다는 점이다. 역대 대통령은 예외 없이 이러한 ‘지지율 하락의 법칙’을 따라왔다. 이 법칙은 미국에도 적용된다. 문 대통령은 다를 것이란 기대도 있었다. 탄핵 정국에서 워낙 높은 지지율로 출발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 집권 초기부터 이달 1일까지 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974개의 대통령 지지율 조사를 취합하여 조사기관이 시기별로 보이는 고유한 경향성을 보정한 후 대통령 지지율을 추정했다. 여기에 전환점 분석(Change Point Analysis)이라는 통계기법을 적용하여 문 대통령 임기 4년을 돌아본다.
지지율 추이로 보면 문 대통령 재임 기간은 크게 7개 정도의 시기로 나뉠 수 있었다. 임기 초반부터 2017년 7월 첫째 주까지 3개월은 ‘허니문’ 시기로 80% 안팎의 ‘초현실적’ 지지율이 유지됐다. 전임 대통령들의 임기 초반 지지율이 약 42%(박근혜 전 대통령)에서 71%(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 정도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높았다.
‘허니문’ 이후 문 대통령 지지율은 다른 대통령들과 마찬가지로 하락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본격적으로 현 정부의 인사 및 기본정책 방향 등이 나오면서 ‘이탈층’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제1차 하락기’다. 그러나 2018년 4월 첫째 주를 기점으로 문 대통령 지지율에는 ‘제1차 반등기’가 찾아왔다. 1, 2차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고 6·13지방선거 압승으로 인한 일종의 ‘랠리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반짝 반등에 그치고 말았다. 지방선거 승리 직후인 2018년 6월 3주 차 이후부터 ‘2차 지지율 하락기’가 시작됐다. 몇 번의 조정기가 있긴 했지만 결국 같은 해 12월 1주 차에는 50% 선이 무너졌다. 임기 1년 반 만에 기존 지지층만 남은 것이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가장 많이 하락한 시기로 ‘제1차 반등기’ 최고점인 79.4%(5월 첫째 주) 대비 무려 30%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이 시기는 문 정부 출범 당시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 핵심인 ‘적폐 청산’의 대표적 정책들을 쏟아냈던 시기다. 아이러니하게도 과거 정부를 향한 ‘적폐 청산’ 관련 정책을 쏟아내는 동안 문 대통령 지지율도 동반 하락한 것이다.
이후 2018년 12월 1주 차부터 2020년 3월 2주 차 정도까지 1년 반 가까이 일종의 ‘보합기’가 지속됐다. 이 시기는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이 굳건한 지지를 보인 시기다. 조국 법무부 장관 지명으로 촉발된 각종 논란에도 지지율 최저점이 43%(2019년 9월 3주 차) 정도였고 40∼50% 초반대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이후 문 대통령에게는 ‘제2차 반등’의 기회가 찾아왔다. 상대적으로 성공적인 초기 코로나 방역과 지원금 지급 등으로 지지율이 급반등하였고 2020년 4월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다시 60%대를 회복하기도 했다.
애석하게도 문 정부는 ‘제2차 반등기’의 기회도 잡지 못했다. 검찰개혁을 둘러싼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제3차 하락기’가 시작됐다. 현 데이터에서는 새로운 전환점으로 잡혀 나오지는 않았으나 ‘부동산 적폐’를 겨냥한 각종 규제를 쏟아 내던 와중에 터진 ‘LH사태’는 새로운 하락기를 촉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역대 최고의 지지율로 출발한 문 대통령도 ‘지지율 하락의 법칙’을 비켜 가지는 못했다. 한국갤럽의 지난주 조사에서 긍정 평가는 역대 최저인 30%, 부정 평가는 역대 최고인 62%였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 승리로 대표되는 두 번의 ‘반등기’에 ‘국민 통합’의 행보를 보였다면 ‘지지율 하락의 법칙’을 깰 수도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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