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로스는 아프가니스탄을 거쳐 인도로 내달렸다. 용사이자 전략가로서 알렉산드로스는 나무랄 데 없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가 왜 쉴 새 없이 달려서 인도로 향했는지는 지금도 미스터리다. 그는 파키스탄을 넘어 인도 북부로 침입했지만 동쪽 해안까지는 가지 못했다. 마케도니아군 정예 중의 정예이면서 심복이던 은방패 부대라고 불리던 영예로운 장창보병대가 더 이상의 진군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 부대는 부왕 필리포스 2세가 창설한 부대였다. 고참병은 50, 60대가 넘어 노인이 되었지만 여전히 전쟁터에서는 당할 자가 없었고, 알렉산드로스에 대한 충성도도 절대적이었다.
그런 이들이 알렉산드로스의 명령을 거부했고, 최초의 패배를 안겼다. 이들이 거부하는데도 진군을 계속했다면, 이 소문이 부대에 퍼진다면 다른 부대들은 반란을 일으켰을 것이다. 2대째 충성을 바쳐온 부대들마저 진격을 거부하는 상황이라면 어떤 부대가 반란에 동참하지 않겠는가? 그렇다고 은방패 장창병들이 알렉산드로스에 대한 사랑과 충성을 버렸던 것은 아니다. 그들은 이전보다 더 알렉산드로스를 사랑했고, 절대적인 충성을 바쳤다.
하지만 알렉산드로스는 그들을 버린다. 형식적으로는 두둑한 보상금을 주고 퇴역시켰다. 그들을 위한 각종 영예와 포상제도도 마련해 주었다. “그동안 너무나 수고했다. 고향으로 돌아가 편히 노년을 보내도록 하라.” 은방패 부대원들에게는 날벼락이었다. 그들은 황제의 옆에 남아 친위부대로 부와 권력을 누리고 싶어 했다. 알렉산드로스는 냉혹하게 거절하고 그들과 단절한다. 그들은 여전히 강했지만 더 이상 정복전쟁을 수행할 부대가 아니었다.
공과 은혜는 잊지 않지만, 집단의 이기적 목표와 타협할 수는 없다. 알렉산드로스가 일찍 사망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이 결단의 결과를 더 명확하게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알렉산드로스의 결정이 옳았다는 것만은 역사가 명확하게 증명해 주었다. 그 후 은방패 부대는 타락했고 자신들의 주군을 모두 파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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