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그제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일본의 후쿠시마 제1 원전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출 결정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 기준에 맞는 적합한 절차에 따른다면 굳이 반대할 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정부에 과학적 근거 제시와 공유, 사전 협의, IAEA 검증 과정에 한국 전문가 참여라는 3가지 요구도 했다. 이에 대해 ‘조건부 수용’ 논란이 일자 정 장관은 어제 다시 “단호하게 (방출을) 반대하고 있음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정 장관의 조건부 수용 발언은 오염수 방출과 관련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대응 수위를 맞춰가겠다는 것이다. 오염수 처리가 국제적 기준에 부합해야 하며 검증 과정에 인접국인 한국이 참여해야 한다는 것은 마땅한 요구이다. 그러나 정 장관은 조건부 수용 논란이 일자 다시 대일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제는 어느 쪽이 그의 진의인지 알기 어렵게 된 상황이다.
정부는 그동안 오염수 방출 결정은 일본의 주권 문제라며 정보 공개와 사전 협의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13일 방출 결정을 내리자 정부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의 신임장 제정식 직후 환담에서 “우려가 매우 크다”고 말했고,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 검토 지시도 내렸다. 그러더니 닷새 만에 정 장관은 오염수 방출에 조건부 수용을 거론했다. 이쯤이면 정부 내 조율된 방침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공동대응을 해야 할 유관국까지 혼란스럽게 만드는 미숙한 외교가 아닐 수 없다.
일본의 오염수 방출은 국민 건강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정부가 명확하고 일관되게 대응해야 한다. 그래야 미국과 IAEA를 비롯한 국제사회도 우리 입장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 정부는 오염수와 관련해 치밀하게 조율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오해와 불신을 줄이고, 국제사회를 상대로 설득력 있는 외교를 펼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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